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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부실 수사·은폐 의혹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과 고(故) 장자연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불가피해졌다. `명운을 걸고 철저히 진실을 규명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주무부처인 법무부·행정안전부 수장들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클럽 버닝썬 사건을 포함한 이들 사건을 강력 수사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특히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5월 말까지 활동 기한을 연장한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활동을 지켜본 뒤 범죄 사실에 대해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진상 조사를 위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활동이 마무리되면 직접 칼을 들이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박 장관은 이날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활동 기한 연장 요청을 수용한 뒤 “장자연·김학의 사건은 사회 특권층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수사기관이 부실 수사를 하거나 진상 규명을 가로막고 은폐한 정황들이 보인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켜 왔다”면서 “진상규명 작업을 계속 진행하되 동시에 드러나는 범죄사실에 대해선 신속하게 수사로 전환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7년 12월 출범한 뒤 이달 말 종료 예정이었던 과거사위 진상조사단은 5월 말까지 김학의·장자연·용산 참사 사건 진상 규명에 집중할 방침이다.
다만 재수사 방식과 관련, 검찰에 수사를 권고할지 특임검사를 임명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박 장관은 “사실관계 규명을 못 하고 과거사 문제로 계속 논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채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활동 기한 연장에도 불구하고 진상조사단이 극복해야 할 길은 산 넘어 산이다. 강제구인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권한이 없는 탓에 남은 두 달여 동안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김 전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만 해도 사회 각계 고위인사들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진상조사단은 김 전 차관뿐만 아니라 정계와 재계, 의료계는 물론 전·현직 군장성 등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각종 향응을 받은 고위 인사 수십명의 혐의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수사자료 누락 여부 및 제출 협조 문제를 두고도 수사기관과 갈등을 빚고 있다. 경찰 비협조 해결 방안을 묻는 질문에 박 장관은 “일단 조사단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원론적인 대답만을 내놨다. 검찰 일각에선 조사단 활동 연장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거나 불편한 속내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각 사건들의 공소시효가 대부분 완료돼 새로운 증거와 진술 등이 나오더라도 사법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사건 핵심 쟁점인 성폭력 관련 공소 시효가 모두 10년을 경과했기 때문이다. 장씨에게 술자리 접대 등을 강요한 이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강제추행 및 강요죄는 공소시효가 각각 10년과 7년이다. 경찰이 김 천 차관에게 적용한 특수강간 혐의의 경우 공소시효가 15년이지만 2007년 12월에 관련법이 개정됐기 때문에 그 이후에 발생한 범죄란 것을 입증해야 한다. 김 전 차관 사건의 경우 2007년 4~5월 혹은 2008년 3~4월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