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 시선 닿는 곳…올해도 ‘AI’가 대세

[오일 Drive]
중동 국가들도 AI 패권 경쟁 뛰어들어
오일머니 앞세워 조 단위 투자 예고
글로벌 테크 기업과의 공조로 AI 역량 강화
  • 등록 2025-01-02 오후 8:55:34

    수정 2025-01-02 오후 8:55:34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세계 최대 국부펀드가 즐비한 중동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업계의 시선이 향하고 있습니다. ‘오일 드라이브(Drive)’는 중동 투자시장 소식을 전하는 시리즈입니다. 오일머니에 뛰어드는 글로벌 투자사들의 이야기와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신기술 기반 투자에 집중하려는 중동 현지의 소식을 모두 다룹니다. 국내 기업의 중동 자본 투자유치 소식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저 멀리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에서도 ‘글로벌 AI 허브’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뜨겁다.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한 MENA 지역 국가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관련 분야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어서다. 아랍어 기반 거대언어모델(LLM) 개발부터 휴머노이드 개발, 데이터 센터 구축까지 AI 관련 산업 곳곳에 오일머니가 투입될 예정이라 자본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사진=아이클릭아트)
2일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ENA 지역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AI 관련 분야에 투자금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는 MENA 지역 국가들이 올해 2037억달러(약 298조 9705억원)를 IT 섹터에 투자할 것이라 예측했다. 이는 전년 대비 7.4% 증가한 수치다.

가트너는 “이 지역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세계적인 AI 혁신 허브로 발돋움하기 위해 이미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숙련된 인재를 자국에 유치시키기 위해 특히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AI와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편화할수록 데이터 저장과 처리 용량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데이터 센터에 대한 투자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UAE는 지난해 AI 분야 투자 확대를 위해 다양한 행보를 보였다. 우선 연초부터 AI 관련 연구에 5억달러(약 7339억원) 규모 자금을 투자하겠다 발표했다. 또한 2031년까지 AI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로 발돋움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UAE 국가 AI 전략’을 내놨다. 이를 위해 국영 투자사 MGX를 설립했다. MGX는 AI와 반도체 분야 전문 투자사로 운용자산(AUM)이 1000억달러(약 146조 7700억원) 이상에 달한다.

경쟁국 사우디는 국가 데이터·AI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200억달러(약 29조 354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자금을 투입해 2만명 이상의 AI 전문가를 양성하고, 3만개 이상의 AI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한다. 국부펀드 PIF를 통해서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와 AI에 투자하는 400억달러(약 48조 708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카타르 역시 탈석유 경제 기조로 돌아섬에 따라 AI 역량 강화를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카타르는 국가 비전 2030을 발표하며 핵심 과제로 AI를 꼽았다. 이에 지난해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24억달러(약 3조 5225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AI 전문가 유치, 데이터 센터 관리 역량 강화 등을 통해 UAE나 사우디처럼 글로벌 기업을 자국에 유치하는 걸 목표로 한다.

MENA 지역 국가들이 앞다투어 정책을 내놓으며 AI 분야에 대한 관심을 키우자, 기회를 엿본 글로벌 테크 기업들도 현지 투자를 시작했다. 예컨대 구글은 지난 11월 MENA 지역 AI 발전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AI를 활용한 아랍어 기반 LLM 개발을 위해 2027년까지 1500만달러(약 220억원)를 투자한다. 이와 동시에 현지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 계획도 이뤄진다. 현지 스타트업과 개발자가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과 리소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AI 기업과의 공조도 눈길을 끈다. 특히 사우디가 적극이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해 9월 네이버와 손잡고 디지털 트윈 플랫폼과 아랍어 LLM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에 네이버는 중동 지역 진출을 위해 사우디에 중동 지역 총괄 법인인 네이버 아라비아(가칭)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AI 반도체 유니콘 리벨리온은 지난해 7월 사우디 아람코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와에드 벤처스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업계는 2030년까지 MENA 지역에서 AI 분야에만 3200억달러(약 469조 664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현지에서 활동 중인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AI는 MENA 지역에서 주시해야 할 급부상할 분야 중 하나”라며 “게다가 개별 기업이 아닌 국가 단위로 구글, 오픈AI 등 글로벌 기업과 손을 잡고 ‘작정하고 키우는’ 분야인 만큼 몇 년간 투자금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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