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사이드] 중금리대출이 ‘단비론’→ ‘사잇돌대출’로 바뀐 사연은

  • 등록 2016-07-14 오후 5:11:30

    수정 2016-07-14 오후 5:11:30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정책성 중금리(10%대) 신용대출 상품인 사잇돌대출이 ‘단비론’으로 나왔다면 어땠을까. 최근 시중은행에서 중금리대출 상품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사잇돌대출에 대한 작명 뒷얘기가 금융권에 또다시 회자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해 올해 1월말에 서울보증보험과 연계한 상품을 하반기중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상품에 대한 구조(내용)뿐만 아니라 상품 작명, 이른바 네이밍(형식)에도 공을 들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좋은 이름’을 만들어보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특히 중금리 상품은 이전에 실패한 사례가 있어 작명에 더욱 힘을 썼다는 후문이다. 실제 SC제일은행이 2005년에 중금리 상품을 의욕적으로 선보였지만, 연체율 급등으로 얼마 못가 스스로 판매를 접었다. 2012년에도 금융당국의 압박에 밀려 시중은행들이 여러 상품을 만들었지만, 은행들이 상품 개선을 해 놓고도 홍보에 ‘쉬쉬’할 정도로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흥행에 참패했다.

금융위는 좋은 이름을 찾기 위해 서울보증보험과 시중은행, 금융위 내부 공모, 광고기획사 자문 등을 거쳐 모두 200개의 후보군을 뽑았다. 은행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한 은행당 5개의 이름을 지어달라는 할당 아닌 ‘할당’을 하기도 했다. 금융위 내부 공모에는 소액의 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그 결과 200개의 후보군 가운데 여러차례의 논의와 금융위 내부 투표를 거쳐 최종 후보에 오른 이름이 ‘단비’와 ‘사잇돌’이었다. 단비는 꼭 필요한 때 알맞게 내리는 비란 뜻의 순우리말로 금융위 직원의 아이디어였고, 사잇돌은 아랫돌과 윗돌 사이에 작지만 단단하게 괴어진 돌로 광고기획사(상암커뮤니케이션)의 작품이었다. 금융위 윗선에서는 단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고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 상품에 목마른 서민들에게 단비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단비가 더 좋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단비가 막판에 상표 검증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막판에 특허나 상표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보니 제주의 한 등록 대부업체 가운데 단비라는 곳이 있었다”며 “대부업을 우리가 광고해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물론 사잇돌도 “고금리와 저금리로 양분된 대출 시장에서 든든하게 중금리 시장을 떠받침으로써 중·저 신용자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좋은 이름이긴 하지만 금융위 내부에서는 단비라는 이름을 쓰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컸다는 후문이다.

사잇돌처럼 이렇게 어렵게 태어난 정책상품명은 해당 상품이 성공해 대중들에게 알려지면 뜻하지 않게 서민들을 유혹하는 ‘짝뚱 이름’을 낳게 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서민금융 정책 상품인 미소금융과 햇살론 등이 널리 대중들에게 각인되자 일부 대부업체 등이 ‘미소대출’, ‘햇쌀론’ 등으로 자사 상품을 서민금융상품인 것처럼 파는 경우가 뒤따른다. 최근 금융위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가 아닌 자가 미소금융, 햇살론, 바꿔드림론 등 정책 서민금융상품과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관련 감독규정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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