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유화학 8곳(LG화학·롯데케미칼·SK지오센트릭·SKC·금호석유화학·여천NCC·HD현대케미칼·SK어드밴스드·효성화학)의 올해 2분기까지의 평균 누적 영업이익률은 2.1%로 지난해 같은 시기 5.3%에 비해 큰 폭으로 축소됐다. 이에 지난 2021년 말부터 이어진 시황 악화에 국내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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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이 이처럼 부진한 데엔 △고유가 기조 △수요 부진 △공급 부담 확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원재료비 부담이 늘어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수요 부진 상황에선 판가로의 전이도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최대 수출시장이던 중국의 수요 부진도 악재다. 과거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중국 고성장 기조에 힘입어 전체 석유화학제품 수출의 50%가량을 중국에 공급하며 성장해왔다. 그러나 2022년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강화로 중국 수요가 크게 줄었고 올해도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늦어지면서 수요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했다.
또 지난 2019년부터 대규모 설비를 준공한 중국발(發) 공급 과잉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내 업스트림 설비에서 생산된 범용 제품이 시장에 유입되고 있어서다. 이는 중국 자급률을 올리는 데다 가격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폴리프로필렌(PP)은 중국의 PDH(Propane Dehydrogenation) 설비 위주 증설을 고려할 때 자급률 100%를 웃돌 전망이다.
이에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범용 석유화학 제품 생산부터 줄이는 추세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9월 중국 자싱시 현지 공장인 롯데케미칼자싱 지분을 현지 협력사에 모두 매각했다. 이는 지난 6월 중국 삼강화공유한공사와의 합작공장인 롯데삼강케미칼 지분을 전부 매각한 데 이은 중국 내 사업 축소 결정이다.
롯데케미칼자싱은 시멘트·세제 등의 원료인 산화에틸렌유도체(EOA)·에탄올아민(ETA)을, 롯데삼강케미칼 플라스틱 등에 쓰이는 에틸렌옥사이드(EO)을 각각 생산해왔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범용 제품 생산을 늘리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밀렸고 수년간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자 결국 공장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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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해 마련한 재원을 토대로 신성장 동력 강화에 나선다. 앞서 신학철 한국석유화학협회 회장(LG화학 부회장)도 지난달 열린 ‘제15회 화학산업의 날’ 기념사에서 “범용 제품에 치중된 사업구조를 외부요인에 의한 충격을 최대한 흡수할 수 있도록 스페셜티 위주로 개편해 나가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중국 기업과 차별화되는 배터리·분리막 소재와 태양광 소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47%이던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 비중을 오는 2032년까지 60%까지 높이기로 했다. 자회사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통해선 배터리 대표 소재인 동박 생산량을 현재 6만톤(t)에서 2028년까지 24만t으로 확대한다.
또 SKC는 2027년까지 배터리·반도체·친환경 소재에 최대 6조원을 투자, 매출액을 11조40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신규 사업 진출도 검토 중이다. SK지오센트릭은 2025년까지 연간 25만t 규모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생산능력을 구축하고, 금호석유화학은 친환경차·바이오 소재, 고부가 스페셜티 등 신사업 매출액을 2026년까지 2조원까지 확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단시간 내 중국 외 지역에서 성과를 거두기엔 쉽지 않은 데다 운송비 문제로 근거리 시장인 중국을 포기하긴 쉽지 않다”며 “상대적으로 경쟁 강도가 낮고 기술 경쟁우위를 확보한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매출 확대를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