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삼성전자를 빠르게 쫓고 있다. 전체 D램 시장에서 두 회사의 점유율 차이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HBM이 D램 시장 점유율 판도를 흔들 정도로 중요해진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엔비디아향 HBM3E 품질 검증(퀄 테스트) 통과가 늦어질수록 SK하이닉스의 추격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 전 세계 D램 시장 업체별 매출 및 점유율. (사진=트렌드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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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세계 D램 시장에서 89억500만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 2분기보다 13.1% 늘어난 규모다.
삼성전자는 3분기 D램 매출로 107억달러를 올렸다. 삼성전자 역시 2분기보다는 매출이 9% 증가했으나 SK하이닉스보다는 오름폭이 작았다. 매출 기준 D램 점유율은 삼성전자 41.1%, SK하이닉스 34.4%로 각각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대체로 40%대의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통상 20%대에 머무르다가 지난해 2분기 30.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우상향하며 30%대 점유율을 지키는 중이다.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삼성전자가 13.7%포인트 차이로 SK하이닉스를 앞섰지만 올해 1분기에는 12.8%포인트, 2분기 8.4%포인트, 3분기 6.7%포인트로 격차가 계속 좁혀졌다.
| SK하이닉스 HBM3E. (사진=SK하이닉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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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HBM 차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최신 HBM인 5세대 HBM3E 8단을 인공지능(AI) ‘큰 손’ 고객인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다. 연내에 12단 제품 공급도 예상된다. 엔비디아는 마이크론에서도 HBM을 확보하고 있지만 가장 많은 물량을 주고받는 상대는 SK하이닉스다.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D램 매출에 관해 “LPDDR4과 DDR4 매출이 약세를 보였지만 HBM3E 출하량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3분기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은 2분기보다 70% 이상 늘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0% 뛰었다. 3분기 SK하이닉스 전체 D램 매출 중 HBM 비중은 약 30%에 달하는데, 4분기에는 HBM 비중이 40%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 역시 4분기 HBM 매출이 확대될 것이라고 운을 띄운 상태다. 이미 일부 고객사에는 HBM3E를 공급 중이다. 다만 엔비디아를 뚫지 못하면 HBM 존재감을 키우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