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美연준 상관없이 통화완화 지속…엔저 때문 아냐"

16일 기준금리 -0.1% 동결…시장은 美-日 금리차 확대 영향 불가피할듯
  • 등록 2017-03-16 오후 5:43:13

    수정 2017-03-16 오후 5:54:24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금융완화정책을 이어간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구로다 총재는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은행은 조용하지만 강력한 금융완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로다 총재는 4년 전 취임 이후의 금융정책 평가 질문에도 “(완화)정책의 효과가 낮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일본은행은 이날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마이너스 0.1%로 동결했다. 장기금리인 10년물 국채금리도 지금처럼 0%로 유지하기로 했다. 금융정책결정위원 9명 중 7명이 동결에 찬성표를 던졌다. 또 금리 조작을 위한 국채 매입도 보유잔고가 연 80조엔(800조원) 증가하는 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국채 외 자산 매입 역시 상장투자신탁(ETF)를 연 6조엔 늘리고 부동산투자신탁(REIT)를 연 900억엔 늘린다는 현 목표수준을 유지한다. 일본은행은 일본 장기 저성장을 탈피하고자 기준금리를 지난해 1월 현 수준으로 낮춘 이후 줄곧 동결해 왔다.

구로다 총리는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미 금리를 3개월만에 다시 0.25% 인상한 데 대해 “해외 금리 변동에 좌우되지 않을 것”이라며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에 대해서는 “(연준이) 미 경제·물가 동향을 파악해 적절하게 운영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흥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의도적인 엔저를 유도한다는 의혹은 원론적 답변으로 피해갔다. 그는 “환율은 단순히 양국 금리 차이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요소에 의해 움직인다”는 지론을 되풀이했다. 또 “환율은 재무부 소관”이라고도 했다.

닛케이는 그러나 “시장은 미·일 양국 금융정책의 온도차를 의식하며 거래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일본이 수출에 유리하고자 의도적으로 엔저를 조작한다’고 주장했다. 미·일 금리차가 커지면 이 주장은 더 힘을 받게 된다.

구로다 총재는 당분간 장기금리 조작 목표 변경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검토 시점을 묻는 질문에 “매 회의 때마다 검토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현재는 목표인 물가상승률 2%까지의 거리가 멀어서 강력한 금융 완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정 숫자가 되면 기계적으로 변경하는 게 아니다”라며 “물가의 기조적 변화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다 총재는 1년여 후인 2018년 4월로 임기를 마친다. 그는 후임에 대해서는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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