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반도체 기판 기업인 이수페타시스(007660)가 그룹 내 이수화학, 이수스페셜티케미컬 등 소재기업 대신 제이오(418550) 인수에 나선 배경으론 풍부한 현금성 자산이 꼽힌다. 타 계열사를 압도하는 현금 흐름을 발판 삼아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도모한 것으로 보인다. 그룹 내 배터리 수혜주로 꼽히던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의 경우 올해 김상범 회장의 개인회사인 이수엑사켐 사업부문을 흡수합병하며 부채비율이 악화하면서 인수 여력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전망한 이수그룹 내 상장사 4곳(이수페타시스·이수화학·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수앱지스)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이수페타시스가 876억원,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 273억원 수준이다. 이수화학, 이수앱지스 등 나머지 상장 계열사는 모두 영업손실이 전망된다.
지난해에도 이수페타시스의 실적은 타 계열사를 압도했다. 지난해 이수스페셜티케미컬(-61억원), 이수화학(-560억원) 등이 대규모 적자를 낸 반면 이수페타시스는 나홀로 62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그룹 실적을 견인했다. 인공지능(AI) 서버를 중심으로 한 수요 증가 기대감에 주가 프리미엄도 상당했다.
이수페타시스는 이수그룹 내에서도 캐시카우로 꼽힌다. 올해 3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837억원으로 매분기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지니고 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란 기업이 제품 판매 등을 통해 실제 벌어들인 현금만을 합친 금액으로 회사가 얼마나 잘 운영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현금성자산 역시 3분기말 기준 681억원으로 계열사 중 가장 많기 때문에 현금 여력이 앞선 이수페타시스가 제이오를 인수해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수엑사켐 부채까지 떠안은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 직접 제이오 인수를 하지 못한 배경에도 시장 관심이 쏠린다.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황화리튬(Li2S) 개발 기업으로 지난 2022년 에코프로비엠과 황화리튬 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2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CNT) 제조사인 제이오와의 시너지는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 더 높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일각에선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 이수엑사켐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여력이 적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5월 이수화학에서 인적분할해 설립된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올해 4월 이수엑사켐의 정밀화학 사업부문을 흡수합병했다. 이 과정에서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 이수엑사켐의 부채도 함께 떠안은 여파라는 분석이다. 실제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90%에서 올해 상반기말 145.8%로 급증했다.
이수엑사켐은 김 회장이 1인 주주로 있는 개인회사로 이수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계열사다. 김 회장은 이수엑사켐을 통해 ㈜이수 지분 73.40%를 보유하고 ㈜이수 지분 26.60%도 직접 보유하며 완전한 1인 지배 체제를 구축했다. 여기서 다시 ‘㈜이수→이수화학·이수페타시스→이수건설·이수앱지스’ 등으로 이어지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