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이달 초 올해 목표했던 시설투자(CAPEX·자본적지출) 비용을 1조원에서 5000억원으로 절반 줄이겠다고 발표한 배경에는 2대 주주로 투자에 참여한 한온시스템의 매각 작업과 관련이 적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온시스템 매각 작업이 계속 늦어지는 상황에서 주가가 약 2년 전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투자금 회수가 당분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당초 오는 2026년까지 2조1000억원을 투자해 북미 시장 확장의 핵심기지인 테네시 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 목돈이 한온시스템에 묶여 있어 투자 여력이 넉넉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지난 1일에는 올해 예정된 시설투자 규모를 1조원에서 5000억원으로 줄인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초 한국타이어는 올해 테네시 공장 증설에만 69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었는데 이 규모를 크게 줄인 것이다. 한국타이어가 “현재 금리 상황을 고려해 내부 잉여자금을 최대로 활용하겠다”고 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 한국타이어 테크노플렉스 전경.(사진=한국타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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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의 투자 감축은 한온시스템의 매각 작업과 관련이 적지 않다. 앞서 한국타이어는 지난 2015년 사업다각화를 목적으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와 한온시스템을 인수했다. 한앤컴퍼니는 지분 50.5%를 갖는 최대주주로 참여하고 한국타이어는 2대 주주로서 지분 19.49%를 1조1000억원에 사들였다. 현재 주가 기준으로 보면 한국타이어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지분의 가치는 8000억원에 수준이다. 이후 2021년부터 한온시스템 매각을 시도했으나 번번히 무산되고 이후 주가가 크게 떨어지며 현재까지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실상 현재 주가에서는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그간 호실적을 이어가던 한온시스템이 전기차 수요 둔화와 함께 하반기 실적에 빨간 불이 켜진 것도 앞으로의 매각 과정에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한온시스템은 이날 공시한 올 3분기 매출액은 2조3274억원, 영업이익 203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7.2%나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 624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사실상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전기차 시장 위축과 미국의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등으로 글로벌 주요 고객사의 주문 물량이 크게 감소해 4분기 실적도 낙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는 이미 한온시스템의 주가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12일까지만 하더라도 한온시스템 주가는 9000원대 초반을 유지했으나 이후 급격히 하락하며 9일 종가는 7510원을 기록했다. 고점을 찍었던 2021년 1월 2만원 수준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한온시스템의 매각 난항에도 한국타이어의 호실적이 지속되는 것은 투자에 긍정적이다. 한국타이어는 올 3분기 396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실적을 106%나 끌어올렸다. 4분기에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한국타이어는 올해 7년 만에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재가입할 가능성이 높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돈으로 상당한 투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올 상반기에는 이처럼 개선된 현금창출능력을 바탕으로 6000억원이 넘는 사채를 차환 없이 상환하며 재무건전성을 높였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이번 시설비용 감축은 미국 현지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판단했다”며 “2026년까지 증설을 완료한다는 전체 계획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