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 손님 없는데 수수료 내리면 뭐하나"…카드업계 울상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17일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카드사 CEO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금융당국이 연 매출 1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에 카드 수수료율을 0.1%포인트 인하키로 한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카드업계 팔 비틀기를 통한 잘못된 소상공인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이 나빠진 카드사가 정상적 영업활동을 하기 어려워지면 오히려 내수 부진에 부채질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적격비용 산정 주기를 3년에서 6년으로 늘린 것 또한 수수료율 인상은 사실상 불가능한 임시변통이란 지적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7일 여신금융협회에서 2025년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카드업계에서는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내수진작 정책으로 자리 잡은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카드업계가 대승적 차원에서 결정했다”며 “이번 수수료율 인하 폭이 예전보다 작은 건 이미 그만큼 수수료율을 많이 내려 더는 인하할 여력이 없다는 걸 방증한다. 소상공인·자영업자 가맹점 수수료율을 계속 인하해왔는데 그렇다고 폐업률이 줄거나,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지금까지 다섯 차례 낮추면서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카드이용실적은 지난 2014년 562조원에서 2022년 956조원까지 증가했지만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7조 1300억원에서 4조 8100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신용판매 수익률은 2015년부터 감소해 최근 0.5%까지 떨어졌다. 2012년·2015년·2018년·2021년 등 4차례 적격비용 재산정을 통해 카드 수수료율을 계속해서 낮춘 영향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적격비용 제도 도입 이후 수수료율 인하로 지난 2019~2021년 카드사 수익이 약 1조 4000억원 감소했다”고 추정했다.

카드업계에서는 본업 수익성 약화가 결국 소비자 혜택 축소, 인하 여력 감소의 악순환을 낳는다고 토로한다.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이익이 줄어들면 카드사는 소비자 혜택을 축소하거나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수익성이 나빠지면 카드사가 미래에 수수료율 내릴 여력도 줄어드는 악순환 구조다”고 지적했다. 수수료 수익이 카드사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8년 31%에서 지난해 23%로 급감했다. 카드사 비용을 절감하면서 점포가 없어지고 단종 카드 또한 늘어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가맹점이 3000억원 수수료 부담을 던다고 해서 내수진작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지용 교수는 “언뜻 소상공인 지원대책이라고 볼 수 있지만 오히려 내수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이다”며 “신용카드 소득 공제율을 높이고 코리아 세일 페스타 개최와 같은 정책이 내구재 소비를 촉진할 수 있고 카드사의 무이자 할부와 같은 프로모션을 많이 해서 카드 사용을 늘려야 가맹점 매출도 증가한다”고 했다.

수수료율을 정하기 위한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3년에서 6년으로 연장하기로 한 것 또한 미봉책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적격비용 제도와 같은 사례를 찾기 어려운 점, 이미 영세 소상공인 보호라는 정책 목적을 상당 부분 달성한 점을 고려할 때 제도를 유지할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적격비용 제도 재검토와 함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개인 간 월세 거래·중고거래 등으로 카드 결제 범위를 확대하고 법인 지급계좌 결제 허용, 무서명거래 한도 확대 등의 인센티브 정책 등을 수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