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전쟁터가 된 우크라이나는 말할 것도 없다. 국제사회의 비판 속에 침공을 단행한 러시아 역시 광범위하고 강도 높은 제재에 직격타를 맞고 있다. 제재를 가하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진영 역시 인플레이션 압박 등의 후폭풍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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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민간인 사망자만 수천명…러시아 군은 최대 1만명 숨져
22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마리우폴과 하르키우, 체리니히우에서만 3000~3300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전쟁 발발 이후 전날(21일) 자정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사망 953명, 부상 1557명 등 총 2510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자원자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군병력 중에서는 최대 40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에서는 지난 9일까지 2000~4000명의 우크라이나 군 병력이 사망했을 것으로 봤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12일까지 1300명의 군인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했다.
침공을 감행한 러시아측의 인적 피해는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CNN 방송에 따르면 러시아의 친(親)정부 타블로이드지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는 전날(21일) 러시아 국방부를 인용해 러시아군 전사자 수가 9861명, 부상자는 1만6153명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러시아군 사망자가 최대 1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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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경제 침체는 물론 세계경제 ‘S’의 공포도
경제적인 피해도 막대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크라이나 경제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올해 최대 35%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IMF는 이라크와 레바논 등 다른 국가들의 전시 국내총생산(GDP) 데이터를 근거로 올해 우크라이나 경제가 약 10% 위축될 것으로 봤지만 전쟁이 더 길어지면 25~35%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IMF는 또 우크라이나의 공공채무가 지난해 GDP의 약 50% 수준에서 올해는 60%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사회의 금융·무역·인적 제재 등에 직면한 러시아 역시 올해 역성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진단이다. 국제금융협회(IFF)는 올해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에 비해 15%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존에는 3% 성장할 것으로 봤으나, 한번에 18% 포인트 낮춰 잡은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추가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금수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성장률 전망치가 1%포인트 넘게 하락하고 물가는 2%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OECD는 지난해 12월 올해 전 세계 성장률이 4.5%일 것으로 예측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주요 20개국(G20) 성장률 전망치를 4.3%에서 3.6%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원자재 가격 급등이 생산 비용을 높이는 동시에 소비자 물가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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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승자도 패자도 없는’ 수준을 넘어 패자만이 남는 최악의 상황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 전쟁은 (아무도) 이길 수 없다”며 진지한 협상을 촉구했다. 이어 “러시아군이 포위 중인 마리우폴을 함락하더라도 우크라이나의 모든 도시, 모든 거리, 모든 집을 하나하나 다 정복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는 오는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연쇄적으로 열리는 정상회담에 주목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해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유럽을 방문해 추가 대러 제재 발표와 동맹국들과의 논의를 통해 사태 해결을 위한 돌파구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서방과 러시아의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이번 브뤼셀 회동이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서방의 대러 제재가 더 강화되면서 협상이 진전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압박을 느낀 러시아가 평화협상에 전향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