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는 5일 마지막 전문가 자문회의인 최종점검위원회를 거쳐 셀트리온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960mg(레그단비맙)’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셀트리온은 국산 첫 코로나19 치료제 타이틀을 거머쥐는 동시에 2002년 설립 이후 19년 만에 첫 신약을 보유하게 됐다. 셀트리온은 그간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과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집중해왔다.
렉키로나주는 세계 세번째 허가 당국의 승인을 얻은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다. 앞서 릴리와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가 미국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다. 항체 치료제를 개발한 국가는 미국에 이어 한국이 두번째라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항체 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 혈액에 있는 중화항체 유전자를 선별하고 해당 유전자를 대량 생산이 가능한 숙주 세포에 삽입(재조합)한 뒤 세포 배양을 통해 대량 생산한 약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단 치료제가 워낙 쓸만한 게 없는 상황에서 옵션(선택사항) 자체가 하나 늘었다는 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렉키로나주가) 고위험군에서 중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어 그런 데 사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한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렘데시비르를 투약받을 수 있는 환자는 폐렴을 앓으면서 산소치료를 받고 있고 증상이 발생한 뒤 10일이 지나지 않은 중증환자다.
렉키로나주는 또 조건부 허가를 받은 상태라 대규모 3상 결과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조건부 허가는 임상 3상 결과를 시판 후 제출하도록 하는 조건에서 허가를 먼저 내주는 제도다. 생명을 위협하는 등의 심각한 질병에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에 가능하다. 때문에 3상 결과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3상 결과가 좋지 않으면 조건부 허가는 취소될 수 있다. 렉키로나주는 올해 12월 31일까지 3상 임상시험 결과가 제출돼야 한다.
셀트리온은 현재 전 세계 10여 개 국가에서 1172명의 경증 및 중등증 환자 모집을 목표로 이미 임상 3상에 착수한 상태다. 회사는 렉키로나주의 안전성을 재확인하고 유효성에 대해서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임상 결과가 우연이나 실수에 의해 나온 게 아니라 신뢰할 만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얘기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3상의 단독 주평가지표(임상에서 입증하겠다고 설정한 지표)로 사용하는 것은 중증환자 발생률(입원·산소치료 등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하는 비율)”이라고 말한 바 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역시 렉키로나주가 뛰어넘어야 할 과제다. 해외에서 개발된 항체 치료제가 변이 바이러스에서 효과가 제한된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어서다. 현재 질병관리청은 셀트리온과 합동으로 영국이나 남아공 변이에 대한 렉키로나주 효과를 시험하고 있다. 실적 차원에서도 셀트리온이 제대로 된 신약 효과를 보려면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해외 수출길을 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해외 긴급사용승인 등은 사전협의 과정이 길고 심사 기간이 짧아 현재도 사전협의 중”이며 “미국(FDA), 유럽(EMA), 일본, 캐나다, 중동 등 여러나라들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