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 임원 36% 갈았다…경영 시험대 오른 신유열(종합)

롯데, 정기 인사서 CEO 21명 교체
화학군 13명 중 10명 바꿔…호텔롯데 사업부도 '물갈이'
부사장 승진한 신유열, 신사업·글로벌사업 `진두지휘`
  • 등록 2024-11-28 오후 5:12:45

    수정 2024-11-28 오후 6:38:35

[이데일리 경계영 김정유 기자] 롯데그룹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1명을 바꾸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정기 인사를 단행한 배경엔 최근 불거진 유동성 위기설이 있다. 강도 높은 인적 쇄신으로 경영 체질 혁신과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위기설 진원지로 꼽히는 화학군에서만 총괄대표를 비롯해 CEO 10명을 바꾼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창업자의 꿈 `롯데월드타워`까지 담보로 내놓은 롯데…위기에 대폭 인적 쇄신

롯데그룹은 지난 17일께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발 모라토리엄(채무 불이행) 지라시가 돌며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였다. 롯데지주(004990)·롯데케미칼(011170)·롯데쇼핑(023530) 등 주요 상장사 시가총액이 하루 새 6000억원 가까이 증발할 정도로 시장 우려가 커지자 롯데 측은 18일 “사실 무근”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잠잠해지는가 했던 위기설은 지난 21일 한국예탁결제원이 롯데케미칼 회사채에 ‘기한이익 상실 원인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고하면서 재점화했다. 결국 롯데는 27일 그룹 상징이자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영준(왼쪽부터) 롯데 화학군 대표, 정호석 호텔롯데 대표,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 노준형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사진=롯데)
이번 인사는 롯데를 향한 우려의 시선을 반전시킬 또 다른 쇄신 카드로 풀이된다. 교체된 계열사 CEO는 총 21명으로 전체 36%에 달한다. 60대 이상 임원 절반이 퇴임하는 등 임원 22%가 옷을 벗으면서 전체 임원 규모는 지난해 말보다 13% 축소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웠던 2021년 인사보다도 감소 폭이 컸다. 조직을 슬림화해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임원 교체 대상은 화학군에 집중됐다. 화학군 CEO 13명 중 10명이 교체됐고 임원도 30%가량이 퇴임했다. 화학군 총괄대표는 이영준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해 맡는다. 화학·소재 분야 전문가에게 지휘봉을 맡겨 사업구조를 기초화학에서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팬데믹 이후에도 되살아나지 못하던 호텔롯데 역시 롯데호텔·롯데면세점·롯데월드 등 3개 사업부 대표를 전부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룹사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경영 리스크를 관리한 정호석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장(부사장)이 호텔롯데 대표로, 그룹 생산성 관리를 책임지던 김동하 롯데지주 기업문화팀장이 전무로 승진하며 롯데면세점 대표로 각각 내정됐다. 지주사 내 경영 전문가를 보내 경영 체질 개선을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노준형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그룹의 혁신을 주도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특히 그가 책임지는 경영혁신실은 사업지원실과 통합돼 그룹사 비즈니스 구조조정과 혁신의 중심 축 역할을 수행한다. 노 사장이 그룹 컨트롤타워 수장으로서 각 계열사 혁신을 채찍질할 전망이다.

오너가 3세 신유열…위기 속 경영 전면 나서

이번 인사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전무로 승진한 지 1년 만이다. 어려운 시기인 만큼 오너가로서 책임감을 갖고 혁신을 이끌도록 경영 전면에 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정기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사진=롯데)
신 부사장은 그동안 신사업·신기술 기회 발굴,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 추진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면, 이제 신사업과 글로벌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등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핵심 사업의 글로벌 시장 개척 등 그룹이 지속가능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신 부사장뿐 아니라 CEO도 젊은 인재로 채워졌다. 1970년대생 CEO는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김경엽 롯데이노베이트 대표·황민재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대표·최우제 에프알엘코리아 대표·최준영 아사히 대표·윤원주 롯데중앙연구소장·김승욱 롯데벤처스 대표 등 12명에 이른다.

다만 롯데는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와 이영구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등 부회장단과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 등 주요 식품·유통 계열사 CEO는 유임했다. 임원에서 대폭 변화를 주되 큰 그림을 그리는 부회장단과 이미 턴어라운드 작업이 본격화한 식품·유통군은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롯데는 임원 인사를 수시 체제로 전환한다.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사업의 속도감과 실행력을 높이려면 성과에 기반해 적시·수시에 임원을 영입·교체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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