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만에 달린다…추억의 ‘디젤열차’ 타봤더니

2004년 중단이후 지난달 28일 재개통
과거 추억 자녀와 공유하는 '추억열차'
단절된 지역 간 대중교통 여건 개선도
  • 등록 2025-01-15 오후 4:41:01

    수정 2025-01-15 오후 7:06:15

[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요즘 보기 어려운 디젤기관차가 끄는 2량의 열차가 기적을 울리면서 원릉역으로 진입하자 플랫폼에 있던 20여명의 탑승객들은 저마다 휴대폰을 꺼내들고 셔터를 눌렀다. 지난 14일 저녁 6시 27분 고양시 성사동에 소재한 원릉역에는 의정부로 가는 교외선 2615호 열차가 디젤엔진의 소음과 함께 도착했다.

교외선은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2004년 운행을 중단한 이후 20년만인 2024년 12월 28일 다시 여객 열차 운행을 시작했다.

원릉역 플랫폼에 교외선 열차를 타고 내리는 승객들.(사진=정재훈기자)
원릉역에 정차한 교외선 2615호 열차의 객차는 이미 절반가량 좌석이 차있다. 앉아 있는 승객들의 옷차림과 표정만 봐도 출·퇴근 보다는 교외선 재개통을 경험해 보기 위해 탑승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초등학생 자녀와 디젤열차를 경험해 보기 위해 탑승한 박종운(52·고양시 삼송동)씨는 “평상시 기차를 타봤자 전동열차만 경험했던 아이들에게 덜컹이는 디젤기관차가 신기하게 느껴질 것 같아 여행 삼아 탑승했다”며 “과거 양주의 유원지를 가려고 탔던 열차였는데 아이들과 추억을 공유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교외선 열차가 원릉역으로 들어오고 있다.(사진=정재훈기자)
실제 교외선은 과거 서울 서부권에 소재한 대학에서 접근하기 편해 양주의 유원지로 MT를 가는 대학생들로 붐볐던 열차였다.이처럼 교외선은 초등학생 자녀들과 50대 부모들이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 셈이다.

교외선의 또 다른 역할은 지역 간 연결에도 의미가 있다. 경기북부는 서-중-동부권으로 나뉘는데 현재 대중교통 여건 간 서로 간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이 중-서부다. 현재 이곳을 편하게 이동하기 위해서는 3800번 광역버스나 전철로 서울 중심부를 통과하는 방법밖에 없다.

양쪽 지역을 이동하기 위해서는 최소 1시간에서 1시간30분이 소요되지만 교외선은 양 끝단 역인 의정부역과 고양 대곡역까지 40분 정도면 가능하다. 실제 기자가 탑승한 2615호 열차가 의정부역에 도착한 뒤 다시 대곡역으로 돌아가는 열차에는 양주·포천·연천 등 경기북부에 소재한 군 부대에 근무하는 장병들이 다수 탑승했다. 교외선으로 경기북부와 수도권 서부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의미다.

의정부역에서 출발 대기 중인 교외선 열차.(사진=정재훈기자)
이날 의정부역에서 만난 서울고속열차수송사업소 소속의 문정묵 차장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이용객이 많다”며 “특히 의정부에서 대곡역으로 가는 열차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어 교외선이 단순한 추억 열차의 의미를 넘어 경기북부를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수단으로서도 충분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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