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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CNBC가 주요 투자은행 및 연구 기관 등 13곳의 역외 달러·위안 환율 예측치를 토대로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내년 말까지 평균 7.51위안으로 하락(환율은 상승)할 전망이다. 이는 LSEG 데이터 기준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즉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폐지한 이후 사상 최저치란 의미다.
위안화 가치가 가장 많이 하락할 것으로 본 곳은 캐피털이코노믹스로 내년 말 달러당 8위안에 이를 것으로 봤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오히려 지금보다 위안화 가치가 올라 내년 말 달러당 7.10위안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외에도 주요 투자은행들을 보면 UBS·모건스탠리가 달러당 7.60위안, 바클레이스·JP모건·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노무라가 7.50위안을 각각 전망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조나스 골터만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미국의 관세 부과는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과 긴밀한 무역 관계를 맺고 있는 경제권(중국)의 통화 가치는 가장 큰 폭의 조정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클레이스의 아시아 외환 및 신흥시장 거시경제 전략 책임자인 미툴 코테차는 “모든 중국 상품에 대한 60% 관세까지 완전히 반영하게 되면 (역외) 달러·위안 환율은 8.42위안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역외 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를 엄격하게 통제해 왔다. 고시한 기준 환율을 중심으로 위아래로 2% 범위에서만 거래되도록 가격을 설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1기 정부 시절인 2018년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처음으로 관세를 부과했을 때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약 5% 폭락했다. 이듬해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된 이후엔 위안화 가치가 1.5% 추가 하락했다.
위안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 외국인 자본유출이 심화하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등 중국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위안화 하락 방어를 위해 금리인상에 나서길 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중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침체가 심화해 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어서다.
CNBC는 “중국 당국은 위안화가 지나치게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경제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한편 일각에선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글로벌 시장의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수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