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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2015년 회계부정 사건에 이어 지난해 12월 7조원대 미국 원자력발전사업 투자 손실이 드러나며 80년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은 일본 도시바(東芝)가 14일 그룹 재건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손실의 주범격인 미 자회사 웨스팅하우스의 경영권 지분을 매각해 원자력발전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하고 반도체부문 등 주력사업을 분할한 뒤 지분을 매각해 손실 자금을 메울 계획이다.
쓰나카와 사토시(綱川智) 도시바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반도체부문 매각에 대해 “국가 안전도 의식해야 하고 직원들의 업무 장소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본계 기업을 잠재적인 인수대상자로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현재 SK하이닉스(000660)와 홍하이, 웨스턴디지털, 글로벌 헤지펀드 등 도시바 반도체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대만 등 여러 해외 기업을 배제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쓰나카와 사장은 웨스팅하우스 지분도 과반 이상 매각하는 등 사실상 해외 원전개발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웨스팅하우스 지분 매각 가능성은 계속 거론돼 왔으나 사측이 공식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부문과 마찬가지로 연내 매각하는 게 목표다. 해외 원자력발전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함으로써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는 평가다. 원전 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국내 원전 재가동이나 폐로 등 사업은 유지한다.
쓰나카와 사장은 손실 우려가 큰 웨스팅하우스 지분 매각 가능성을 묻는 데 대해 “서비스부문처럼 안정된 사업이 있다”며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한국전력(015760)은 이달 초 도시바로부터 제안이 온다는 전제로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현재 미국 2개 주(州)에서 원전 4기를 짓고 있다. 웨스팅하우스가 미국에서 미 연방 파산법상 파산보호신청인 ‘챕터 11’을 신청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선 “현재로선 결정돼지 않았기 때문에 언급을 자제하겠다”고 덧붙였다.
도시바는 이날 한 차례 미뤘던 지난해 4~12월 결산 발표를 또 연기했다. 정부측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현재로선 정부 지원 검토 계획이 없다”며 “(도시바가) 신속하고 정확히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이미 주의종목인 도시바를 15일 감리종목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통상 수개월 걸리는 감리 결과에 따라 주식시장 상장 폐지가 결정될 수도 있다.도시바는 이날 자구안 발표와 함께 하루 뒤 주의·감리 종목 해제 심사를 위한 서류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쓰나카와 사장은 “거래소측에 잘 설명하고 심사에 진지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