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美원전사업 처분…日기업에 반도체부문 매각 시사(종합)

美원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도 매각
결산 발표 또 연기…상장 폐지 위기
  • 등록 2017-03-14 오후 6:34:12

    수정 2017-03-14 오후 6:34:12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2015년 회계부정 사건에 이어 지난해 12월 7조원대 미국 원자력발전사업 투자 손실이 드러나며 80년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은 일본 도시바(東芝)가 14일 그룹 재건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손실의 주범격인 미 자회사 웨스팅하우스의 경영권 지분을 매각해 원자력발전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하고 반도체부문 등 주력사업을 분할한 뒤 지분을 매각해 손실 자금을 메울 계획이다.

쓰나카와 사토시(綱川智) 도시바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반도체부문 매각에 대해 “국가 안전도 의식해야 하고 직원들의 업무 장소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본계 기업을 잠재적인 인수대상자로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현재 SK하이닉스(000660)와 홍하이, 웨스턴디지털, 글로벌 헤지펀드 등 도시바 반도체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대만 등 여러 해외 기업을 배제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부문 글로벌 점유율 19.6%(2016년)로 삼성전자(005930)(35.4%)에 이은 세계 2위여서 지분 100% 인수 기준 20조~25조원의 비싼 가격에도 큰 관심을 끌었다. 도시바는 이달 3일 입찰 제안서를 접수해 29일 마감할 예정이다. 도시바는 채무초과라는 최악의 자금난 속에서도 반도체부문 매각을 주저해 왔다. 반도체사업이 회사의 주력일 뿐 아니라 일본 산업 전체로 봤을 때도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도시바는 이에 지분 19.9%만 매각기로 했지만 원전 투자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결국 경영권 지분 매각으로 방침을 선회해야 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지난달 “도시바의 플래시 메모리와 원전 폐기 사업은 일본 성장 전략에도 중요하다”며 대응을 주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쓰나카와 사장은 웨스팅하우스 지분도 과반 이상 매각하는 등 사실상 해외 원전개발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웨스팅하우스 지분 매각 가능성은 계속 거론돼 왔으나 사측이 공식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부문과 마찬가지로 연내 매각하는 게 목표다. 해외 원자력발전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함으로써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는 평가다. 원전 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국내 원전 재가동이나 폐로 등 사업은 유지한다.

쓰나카와 사장은 손실 우려가 큰 웨스팅하우스 지분 매각 가능성을 묻는 데 대해 “서비스부문처럼 안정된 사업이 있다”며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한국전력(015760)은 이달 초 도시바로부터 제안이 온다는 전제로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현재 미국 2개 주(州)에서 원전 4기를 짓고 있다. 웨스팅하우스가 미국에서 미 연방 파산법상 파산보호신청인 ‘챕터 11’을 신청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선 “현재로선 결정돼지 않았기 때문에 언급을 자제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각 사업부문의 자율성을 촉진하기 위해 사업부문별 분사도 검토한다. 도시바는 회사내 다양한 사업부문이 존재하는 사내 컴퍼니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도시바는 이 같은 구조조정을 통해 승강기와 공조, 철도 같은 사회 인프라 사업만 남겨 2019년까지 매출액을 4조2000억엔(약 42조원), 영업이익을 2100억엔(2조1000억원)으로 재건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2년 연속 4천억엔대 적자를 낸 도시바는 이달 말 종료하는 2016년 회계년도에서 자기자본 1500억엔(1조5000억원) 마이너스의 채무초과가 확실시된다.

도시바는 이날 한 차례 미뤘던 지난해 4~12월 결산 발표를 또 연기했다. 정부측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현재로선 정부 지원 검토 계획이 없다”며 “(도시바가) 신속하고 정확히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이미 주의종목인 도시바를 15일 감리종목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통상 수개월 걸리는 감리 결과에 따라 주식시장 상장 폐지가 결정될 수도 있다.도시바는 이날 자구안 발표와 함께 하루 뒤 주의·감리 종목 해제 심사를 위한 서류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쓰나카와 사장은 “거래소측에 잘 설명하고 심사에 진지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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