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차고 남의 집 베란다 훔쳐본 男 체포도 안 한 경찰

당초 "전자발찌 한 줄 몰랐다"...입장 뒤집어
  • 등록 2025-01-06 오후 10:44:18

    수정 2025-01-06 오후 10:44:18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여성의 집을 몰래 훔쳐보다 적발된 성범죄 전력의 전자발찌 착용자를 경찰이 체포하지 않고 조사한 뒤 귀가 조처해 논란이 된 가운데 당시 출동 경찰관이 이 남성의 전자발찌 착용 사실을 알고도 체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경기남부경찰청은 6일 이 사건 신고 처리 과정에 대한 경위 조사 결과 평택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주거침입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 A씨의 전자발찌 착용 사실을 적발 당시, 즉 임의동행 때부터 알고 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초 경찰은 A씨의 전자발찌 착용 여부에 대해 “임의동행 후 뒤늦게 알게 됐다”며 이미 때가 늦어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사실은 적발 당시부터 전자발찌 착용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A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50분쯤 평택시 한 아파트 1층에 거주하는 B씨의 집을 훔쳐 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집안에 있던 B씨가 베란다에 매달려 있는 남성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1시간여 뒤인 30일 0시 20분쯤 같은 아파트 단지 내 자신의 집에서 현장을 몰래 지켜보던 A씨를 발견,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이후 경찰은 A씨를 지구대로 임의동행 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A씨가 과거 성범죄 전력이 있는데다 전자발찌까지 착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안이 중하지 않다는 이유로 A씨를 긴급체포하지 않고, 임의동행 방식으로 지구대로 데려왔다.

경찰은 이후 간단한 조사를 한 뒤 A씨를 귀가 조처했다.

B씨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A씨가 경찰에서 풀려나 집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다른 가족의 집으로 피신했으며, 현재는 불안을 호소하며 이사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가해자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피해자는 가해자를 피해서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피신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B씨는 A씨로 인해 불안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사를 하고 싶다는 뜻을 경찰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씨의 집 안을 들여다본 것은 인정하지만, 내부로 들어가려 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그는 “(나의 범행에) 앞서 또 다른 사람이 베란다에 올라가 B씨의 집 안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보고서 내부에 무언가 있나 싶어 나도 집 안을 쳐다본 것뿐”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말하는 용의자 인상착의와 B씨의 인상착의가 달라 B씨의 진술대로 이보다 앞서 A씨의 집 내부를 들여다본 또 다른 사람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이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수일에 걸쳐 아파트 CCTV 및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지만, 사건 현장 주변에 또 다른 사람이 오간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진술의 신빙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피해자 집 베란다 외창이 10㎝가량 열려있었는데, 이 역시 A씨의 소행인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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