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 매각이 결국 불발되면서 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추후 재매각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다만 단기간에 재매각이 이뤄지긴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번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경영권 개입 문제, 지분 매각 제한, 1조6800억원의 영구 처리 방안 등을 풀지 못한 상태에서 원매자를 찾기 쉽지 않은 데다 글로벌 해운 시황 악화와 4월 총선 등을 앞두고 있어 재매각 논의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 ‘HMM 가닛호’ 명명식.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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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은 7일 “현재 HMM재매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며 “앞으로 관계기관 간 협의를 통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해진공 관계자도 “앞으로 재매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HMM은 현 채권단 관리 체제를 유지한다. 업계에선 단기간에 HMM 재매각은 어려우리라 예상하고 있다.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된 해진공의 경영 참여 유지 등이 추후 새 인수후보에게도 똑같이 적용돼 기업가치 제고와 사업확대를 가로막을 가능성이 커서다. 매각가 ‘6조원’짜리 HMM을 경영권도 확보하지 못한 채 인수하기란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어서다.
하림그룹은 이날 낸 입장 문에서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 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 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진공은 HMM 매각 과정에서도 되레 사외이사를 늘리겠다고 산은에 제안하기도 했다. 중요한 경영 사항에 대해서는 사전 협의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 등도 이번 협상과정에서 제시됐다. 이번 매각 결렬로 산은과 해진공 사이의 속사정도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HMM을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정리하고 싶은 산은과 경영권 유지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싶은 해진공의 의견이 엇갈렸다는 것이다. 매각 측 관계자는 “산은은 HMM을 갖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 1조원을 현금화하면 10조원을 부실기업 지원이나 신사업 지원 등에 쓸 수 있는데 빨리 팔고 싶어 했다”며 “산은 내부에선 대우조선 트라우마가 있다. 매각 지연으로 손실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매각 측 내에서의 껄끄러운 이해관계에도 재매각을 논하기는 이른 시점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현재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1조 6800억원의 영구채를 내년까지 다 주식으로 전환한다고 가정하면 현재 7억주 수준인 HMM의 발행주식 총수가 10억주로 늘어난다. 매각 대금이 더 커져 인수자를 찾기가 그만큼 어려워지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나 현대차 정도의 국내 10대 그룹이 아니면 인수가 어려운 상황이다”며 “10대 그룹은 관심이 없다. 매각은 상당 기간 어려울 것이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