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가상자산 법인 실명계좌 허용 여부 또 미뤄… 업계 "허탈함"

  • 등록 2025-01-15 오후 5:01:05

    수정 2025-01-15 오후 6:58:47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가상자산 관련 정책에서 ‘속도감’을 강조해왔던 금융위원회가 법인 실명계좌 허용 여부 결정을 또다시 미뤘다. 12차례의 분과위원회와 실무 태스크포스(TF) 논의를 거쳤음에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 금융권과 가상자산 업계는 ‘허탈함’을 느끼고 있다.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위원회 자문기구 가상자산위원회 제2차 회의가 열렸다(사진=김가은 기자)


금융위원회는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가상자산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 글로벌 가상자산 규제 정책은 불확실성 해소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가상자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 검토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가상자산 법인 실명계좌 허용 여부에 대한 논의는 이날 회의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비영리법인부터 실명계좌 발급을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에 따른 새로운 유동성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는 사라졌다.

결국 이날 회의는 가상자산 ‘2단계 법안’에 대한 논의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 내용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고, 전화와 문자로 여러 차례 확인한 결과, 가상자산 상장과 관련된 구체적인 공식 방안이 주된 논의 사항으로 나타났다. 김 부위원장이 언급한 ‘거래지원(상장)’ 기준과 절차에 대한 공적 규제 격상 논의가 이어졌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상장 기준이 자율 규제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법제화하겠다는 의미로, 향후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주요 사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구조를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한 논의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이제 방향을 정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산업계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금융위가 이해관계자들을 이유로 현장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산업계는 위원회에서 배제하고, 논의 내용조차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직자들이 있어야 시장에 적합한 정책이 나올 수 있다”며 “위원회에 계신 분들이 전문성이나 지식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에 맞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선 산업계도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는 오랜 기간 법적 기반 없이 사업을 이어왔다. 정부의 지원 없이 ‘무(無)’의 상태에서 산업을 성장시킨 셈이다. 지난해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어 법적 울타리를 마련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새해에도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필수적인 가상자산사업자(VASP) 자격 갱신조차 완료되지 않았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 중심의 가상자산 생태계 형성이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는 그 격차를 좁혀 ‘패스트 팔로워’로라도 자리잡고 싶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의 속도가 빨라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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