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전기요금 폭탄 막는다…재원조달은 '나몰라라'

정부 민관합동 TF 누진제 개편 3개안 발표
누진제, 여름에만 완화하거나 요금인상 감수 완전 폐지
3천억대 재원 조달 방안 없어…세금 또는 한전에 전가
"소비자에 정확한 정보 줘 요금 관리하도록 해야"
  • 등록 2019-06-03 오후 8:18:55

    수정 2019-06-03 오후 8:19:18

누진제 민관 TF 위원이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여름철 에어컨 사용량 증가에 따른 ‘누진제 폭탄’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7~8월에만 한시적으로 누진 구간을 조정해 전기요금이 급격히 늘어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2000억~3000억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방안이 명확하지 않아 결국 국가재정과 한국전력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론 눈치에 나온 땜질처방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전기요금 인상·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것보다 소비자가 전기요금을 충분히 예측하고 합리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제공을 늘리고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누진제, 여름에만 완화하거나 요금인상 감수하고 완전 폐지”

정부는 3일 민·관 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대책반(TF·위원장 박종배 건국대 교수)을 통해 누진제 개편 3개안을 발표했다. 현 누진제를 여름에만 완화하거나 요금 인상을 감수하고라도 완전 폐지하자는 게 주된 내용이다.

1안은 현 3단계 누진체계를 유지하되 7~8월에만 1~3단계 기준을 상향 조정해 최고 단계인 3단계 적용 대상을 줄이는 것이다. 현재는 월 200㎾h 이하(1단계)는 1㎾h당 93.3원, 201~400㎾h(2단계)는 187.9원, 401㎾h 이상(3단계)은 280.6원을 부과하는데 요금은 그대로 둔 채 그 기준점을 각각 △월 300㎾h 이하 △301~450㎾h △451㎾h 이상으로 조정하자는 것이다. TF는 이 안을 적용하면 1629만가구가 월평균 1만142원의 요금할인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정부가 지난해 여름 111년만에 최악 폭염 때 내놓은 한시 대책을 상시화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누진제 3단계 적용 대상이 41%에 이르며 누진제에 대한 원성이 극에 달했었다. 당시는 1~2단계의 구간을 각각 100㎾h씩 높였었다.

2안은 7~8월에만 3단계 요금제를 아예 없애고 1~2단계만 적용하는 내용이다. 대부분 가정이 누진제 3단계에 이르는 건 여름뿐이라는 걸 고려하면 사실상 누진제 2단계 개편안이다. 모든 가정에서 이른바 ‘폭탄’으로 불리는 3단계 구간을 피해갈 수 있다. TF는 이 안은 609만가구가 평균 1만7864원의 할인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누진제를 아예 폐지하는 3안도 있으나 TF 내부에서도 성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요금을 1㎾h당 125.5원으로 통일해 누진제 갈등을 아예 없애자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1416만가구에 평균 4335원의 요금인상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평균 9951원의 요금할인 혜택을 보게 될 877만가구보다도 많다.

정부는 이달 11일 공청회를 열고 4일부터 한국전력(015760)공사 홈페이지에 별도 게시판을 여는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이달 말까지 3개안 중 하나를 택해 한전의 전기요금 공급약관 개정과 정부 전기위원회 심의 등 개편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당장 올 여름부터 전기요금 누진 부담을 완화한다는 것이다.

소요재원 3천억대 조달 방안 모호…세금 메울 가능성

문제는 이번 요금제 개편에 필요한 연 2000억~3000억원의 재원 마련방안이 뚜렷치 않다는 점이다. 국민 부담을 낮춘다는 명목으로 추진한 대책이지만 결국 세금으로 메울 가능성도 있다.

산업부는 공기업인 한전이 일부 부담하고 정부도 예산을 편성해 나머지를 부담하겠다고 설명했으나 지난해 누진제 완화에 들어간 재원 3611억원은 결국 관련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 못해 고스란히 한전이 부담해야 했다.

한전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하며 추가 재원마련 여력이 좋지 않다.

한전 관계자는 “2분기에도 좋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지난해 저소득층 전기요금 복지할인에만 5500억원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추가 부담이 생기는 상황이 우려된다”며 “정부가 재정이나 기금 활용 방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로면 전체 국민의 세금을 들여 부자만 감세해주는 형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누진제 3단계 적용 대상은 소득이 많은 가구일 가능성이 큰데 이번 대책의 혜택은 대부분 기존 3단계 구간의 가구이기 때문이다.

TF 위원장을 맡은 박종배 건국대 교수도 “TF 기간 계속 고민한 부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가 여론 부담을 의식한 나머지 단기 대책으로 당장의 비난만 피해가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작 국내 전력 사용량의 87%를 차지하는 산업용 요금제 개편 논의는 산업계 의견 수렴 절차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뤄지고 있다.

전문가는 당장의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는 단기 대책보다는 심도 있는 연구·검토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기 사용량·요금을 좀 더 명확히 알려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요금제도도 현실에 맞춰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번 개편안이) 소비자 부담 완화 측면에서 당장 긍정적일 순 있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며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누진제를 폐지하고 소비자 선택 요금제를 도입하는 등의 중·장기적 대안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호정 고려대 그린스쿨 대학원 교수는 “생각보다 많은 소비자가 적절한 정보면 주면 전기요금을 잘 관리한다고 말한다”며 “에너지전환 정책과 수요·공급을 고려해 적정 전기요금 부담을 지는 방향으로 가져가는 게 중장기적으로는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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