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지난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그간 교수 중심으로 이뤄졌던 시국선언이 학생들까지 확산하고 있다. 4일 고려대·동국대·서울과기대 등을 시작으로 오는 5일 건국대·홍익대 등 서울 주요 대학으로 불길이 옮겨붙는 모양새다.
| 동국대 재학생 100여명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캠퍼스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동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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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학생회장단 및 단과대 학생회장들은 4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의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헌정질서를 짓밟는 행위임이 분명하다”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 헌법과 계엄법에 따라 명백히 위헌이자 위법”이라고 꼬집었다.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계엄 조건(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더 참담한 것은 비민주적 비상계엄이 우리의 학문적 전당마저 위협하고 짓밟으려 했다는 점”이라며 “진리의 횃불에 어둠이 드리우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오는 5일 오후 학생총회를 열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과 관련해 논의를 이어간 뒤 추후 행동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고려대 학생들 100여명은 교수·연구자 433명과 함께 긴급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는 국가 안보를 위해 명예롭게 복무하는 우리의 젊은 자식들이 국민에게 총을 겨누게 한 윤석열과 그 일당에 분노한다”면서도 “우리는 민주헌정질서를 지키고자 달려간 시민들, 그리고 국회를 지킨 국회의원을 보면서 그간 수많은 독립 열사, 민주열사의 헌신과 희생이 민주공화국을 굳건하게 만들어왔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긴 밤이었으나 청명한 아침이 왔다”며 “철저한 규명과 엄벌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세계 평화와 번영을 이끄는 국가로 거듭나는 전기를 만들 수 있도록 희망하고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동국대 학생들 124명 역시 오후 시국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지지율이 위태로워지자 곧바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정부를 보았고 군홧발이 국회를 짓밟으려 들이닥치는 것을 보았다”며 “공정과 상식을 외치며 당선됐던 윤 대통령.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위해 지금 즉시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교수들을 중심으로 이어졌던 대학 시국선언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이후로 학생들을 중심으로 옮겨붙는 분위기다. 건국대·서울여대·숙명여대·홍익대 재학생들은 오는 5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고려대·연세대 등 서울 주요 대학 총학생회장들은 이날 오후 연세대에 모여 향후 대응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