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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김삼화 의원(바른미래당)과 대한전기협회가 8일 국회에서 공동 주최한 ‘전기요금에 대한 국민인식 현황과 바람직한 정책방향’ 토론회(제1회 전력정책포럼)에서 이 같은 전기요금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가장 많은 32.7%가 월평균 전기요금이 3만~5만원 선이라고 밝혔다. 1만~3만원이 26.5%, 5만~7만원이 17.3%였다. 또 7만~10만원이 11.0%, 10만~20만원이 6.3%로 뒤따랐다.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1만원 미만(4.0%)과 20만원 이상(2.2%)도 있었다.
전체 응답자 중 55.3%가 에어컨 사용량이 많은 폭염기간을 빼고도 체감 전기요금을 부담스럽다고 여겼다. 이중 매우 부담된다는 응답도 14.6%에 이르렀다. 부담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은 44.2%였다. 폭염기간을 포함하면 이 수치는 더 커질 수 있다.
실제로 폭염기간에 전기료가 오르는 주 요인인 누진제에 대해선 응답자 72.4%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만족한다는 응답은 26.5%에 그쳤다. 현재 정부가 논의 중인 누진제 완화 개편에 대해서도 79.2%(반대 18.3%)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62.5%(반대 32.3%)가 다양한 전기요금 제도 수용 의사를 밝힌 것도 내 요금이 낮아질 것이란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개인으로선 예측하기 어려운 국제 원자재(도매) 가격 변동 연동제 도입에 대해선 찬성(49.2%)과 반대(47.5%)가 팽팽히 맞섰다.
그러나 현 전기료 체감과는 별개로 발전 단계에서부터 환경을 고려한 재생에너지 선호도는 높았다. 응답자 63.4%가 재생에너지 선택 구매 제도 도입을 찬성했고 이들 중 가장 많은 24.1%가 4000~5000원의 요금 부담을 감수할 것이라고 답했다. 5000원 이상을 부담하겠다는 응답도 16.8% 있었다.
석탄화력과 원자력 발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린다는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비용 변화에 대해서도 가장 많은 29.6%의 응답자가 ‘비용 변화는 중요치 않다’고 답했다. 또 25.7%는 비용 현저히 증가를 전망했고 22.9%도 비용이 다소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용 변화가 없으리란 응답은 14.0%에 그쳤다.
적잖은 숫자가 비용 증가와 상관없이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비용 증가가 예상됨에도 재생에너지를 위해선 어느 정도의 비용 부담을 감수하겠다고 답한 셈이다.
소비자가 단순히 부담을 느낀다는 이유로 전기요금을 무조건 낮춰선 안된다는 제언도 있었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어떤 재화라도 사람들에게 비용 부담을 물으면 부담 된다고 얘기한다”며 “국내 전기요금은 OECD(국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저렴한 편인데도 요금을 국가가 정하는 체계이다보니 부정적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통계청 집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전기요금은 4만1000원대로 35개 OECD국 중 세 번째로 낮다. 전체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6%로 통신요금이나 대중교통 비용보다 적다.
그는 이어 “가령 지난해 여름 무더위에 3500억원을 들여 누진제를 일시 완화했으나 이를 에어컨조차 없는 저소득층 가정을 지원하는 데 쓰였다면 더 효율적이었을 수 있다”며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전기요금을 낮추려는 논의가 아니라 왜 소비자가 (국제적으로 싼) 전기요금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지 검토하고 인식 전환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