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미국in]트럼프가 포문 연 美中무역전쟁…패자들만 남았다

'美 싱크탱크' CSIS "트럼프 對中무역정책 실패" 주장
中경제 '나 홀로' 회복 속…美 경제침체 지속 가능성
대선 이후에도 협력축소·기술공유 제한·무역 중단 지속
"中공산당, 美 요구 들어주지 않을 것"…디커플링 수순
  • 등록 2020-10-26 오후 10:30:00

    수정 2020-10-26 오후 10:30:00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무역과 관련한 트럼프의 실패 사례는 명확하다.”

미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윌리엄 라인쉬 선임고문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발(發) 미·중 무역전쟁은 ‘실패’로 귀결됐다고 단언했다. ‘바로잡겠다’고 공언했던 대중(對中) 무역적자는 여전히 간극이 상당한 데다, 올 1월 맺은 1단계 무역합의 이행이 지지부진할뿐더러, 양국 무역마찰의 구조적 문제를 다루는 2단계 합의의 경우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도 작아졌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미 양국 간 갈등이 무역을 넘어 외교·안보, 5G 네트워크,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생명공학 등 핵심기술로까지 확대된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중 누가 차기 미 대통령이 되든, 종국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美싱크탱크 “2단계 무역협상 시작도 못할 것”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선정국에 진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틱톡 등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추가제재 등 압박을 강화해왔던 점을 부각하는 데 치중했다. 동시에 바이든 후보를 겨냥, “그는 중국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고 공장을 급습하도록 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만약 그가 승리한다면, 중국은 미국을 소유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 기저에는 자신의 관세폭탄 등 대중(對中) 압박이 성공적이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판단은 다르다. 라인쉬 고문은 트럼프발 무역전쟁을 실패로 판단한 가장 큰 이유로 무역적자의 급증을 사례로 들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8월 기준 미국의 월간 무역적자 규모는 14년래 최대치인 67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대중 적자는 264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달 대비 6.7% 감소한 수치이나 CNN방송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락다운’에서 벗어난 미국인들이 수입품 소비를 늘린 탓이지, 무역전쟁에 따른 건 아니다”고 해석했다.

1단계 합의 이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은 농산물을 비롯한 미국산 제품을 대규모로 구매하는 대신, 미국은 애초 계획했던 대중(對中) 추가 관세 부과를 철회하고, 기존 관세 중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낮추는 게 지난 2월부터 추진된 1단계 합의의 골자다. 하지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8월 현재 중국의 미국산 제품 구매는 합의한 금액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2단계 협상은 진전 조짐이 전혀 없다. 라인쉬 고문은 “양국은 아직 중국의 미국기술 편취 등 워싱턴의 가장 큰 불만 중 일부에 대해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문제들은 모두 2단계 협상으로 연기됐는데, (협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아마 시작될 것 같지도 않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사진=AFP
◇中 ‘나 홀로’ 성장…거스르기 어려운 ‘디커플링’


중국 경제가 최소한 걷으로 보기에는 전 세계 주요국가 중 코로나19 여파에서 확실하게 벗어나고 있는 점도 미국으로선 골칫거리다. 시장에선 중국 경제가 3분기 4.9% 성장한데 이어 4분기에는 5%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컨센서스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1.9% 증가하는 사이 미국은 4.3% 감소하고 글로벌 생산도 4.4%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역시 중국 쪽에 ‘베팅’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미국의 대중 직접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6% 늘었고, 중국 재정부가 미 투자자를 직접 겨냥한 달러채 발행으로 60억달러를 모금한 게 대표적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반중 정서를 끌어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미 의회는 여야 할 것 없이 한목소리로 대중 압박 강화를 외치고 있다. JP모건체이스 애널리스트들은 지난주 보고서에서 “대선 이후 미·중 갈등은 무역·기술·금융 등 여러 차원에 걸쳐 진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양국이 5G 네트워크, 양자 컴퓨팅, AI, 생명공학 등을 놓고 지속적으로 충돌한다. 종국적으로 이들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양국은 협력 축소와 기술공유 제한, 무역 중단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JP모건의 예측이다. 이제 디커플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라인쉬 고문은 “현실적으로 중국인들은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경제 상황이 나빠서가 아니라 정치 상황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약화시킬 것인 만큼 중국 공산당이 결코 동의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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