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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아베노믹스’로 일컫는 일본의 양적완화 종료 시기가 가까워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시장은 일본은행(BOJ)이 사전에 이 신호를 어떻게 보낼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하고 있다.
BOJ 경기 활성화를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는 단기금리인 기준금리를 마이너스(-0.1%)로, 장기금리인 10년물을 0% 전후(-0.1%~0.1%)로 유지함으로써 단·장기 채권의 금리 차이(수익률곡선·일드 커브)를 완만한 정상형으로 유지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금리인상과 함께 양적 완화 종료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본 역시 이 같은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시장은 머잖은 시일 내 양적 완화 종료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시장에서 보는 양적완화 종료의 신호는 적지 않다. 올들어 시작된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어 에너지 가격이 올랐고 엔화 약세도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아직 목표치인 2% 물가상승은 어렵지만 올 연말이면 1%에 도달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BOJ는 그러나 대외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이유로 양적완화 종료는 시기상조라고 역설하고 있다. 시장도 지난달 BOJ의 양적완화 유지 발표에 가까운 시일 내 종료는 없으리라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제는 BOJ가 양적완화를 종료할 때가 되더라도 시장에 신호를 보내지 않으리란 우려다. 직전까지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양적완화를 종료하지 않겠다는 BOJ의 현재 발언 역시 믿을 수 없게 된다.
닛케이는 “BOJ가 일본 10년물 국채금리 조작 목표를 상향한다는 신호를 주기만 해도 상승 압력은 BOJ의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BOJ로선 이를 막으려면 ‘양적완화 종료 검토는 시기상조’라는 거짓말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가속 페달을 밟은 채 브레이크를 또 밟는 묘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이어 “BOJ가 머잖아 장기 금리 조작 목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때 시장의 혼란 없이 작업을 마칠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다”며 “앞선 두 차례의 양적완화 종료도 어려웠지만 이번엔 더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