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 하면서 유증 계획 숨겼나…‘고의누락’ 의혹 휩싸인 고려아연[마켓인]

금감원, ‘위계 활용 부정거래’ 가능성 제기
공개매수 주관사 미래에셋도 검사 착수
향후 10일 내 공시 정정 여부 결정
유상증자 철회·발행가액 정정 가능성
  • 등록 2024-10-31 오후 5:09:29

    수정 2024-10-31 오후 5:09:29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한 고려아연이 ‘고의 누락’ 의혹에 휩싸였다. 앞서 진행된 자사주 공개매수 기간과 유상증자 검토 기간이 겹치면서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주관 업무를 모두 맡은 미래에셋증권과,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을 결의한 이사진들이 이를 알고도 숨겼다면 중대한 사항의 누락, 나아가 위계 활용 부정거래 소지가 있다고 금융당국은 판단했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31일 진행한 긴급 브리핑에서 “고려아연의 불공정거래 조사와 관련해 부정거래 행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고려아연의 재무 계획상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두 가지 사실을 다 알고 하나씩 내보이는 것은 (중대한 사항을) 누락하는 것이다. 고려아연 증자의 목적, 배경, 회사와 기존 주주에 미치는 영향, 증자가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되는지 여부 등을 철저히 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전날 발표한 유상증자 결정은 지난 14일부터 29일까지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의 기업실사 후 이사회 결의를 통해 확정됐다. 14일은 MBK·영풍 연합이 공개매수를 마감한 날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2일부터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했는데, 해당 기간과 유상증자를 위한 기업실사 기간이 겹친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기간 동안 유상증자를 계획했으면서 이를 알리지 않은 경우 중대한 사항을 누락했다고 봤다. 함 부원장은 “이사회가 이를 다 아는 상태에서 순차적으로 진행한 거라면 공개매수 신고서에 중대한 사항이 빠졌거나 허위 위계 부정거래 소지가 다분하다”며 “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할지 의사결정할 때 이사들이 대량의 증자 소식을 알았다면 부정거래 행위 등 공개매수 허위 기재 문제점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모두 주관한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검사에도 착수했다. 공개매수와 유상증자가 동시에 진행된 과정 등에 있어 법 위반 여부에 대해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미래에셋증권이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방조했다면 자본시장법상 불공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공개매수 과정에서 회계 부정 심사 가능성도 제기됐다. 고려아연이 △사업장 중단 등에 따른 충당 부채의 미인식 및 지연 인식했는지 △고가 인수 및 현물 배당받은 국내 투자 주식 관련 손상차손의 과소 인식했는지 여부 등을 심사 중이며, 회계처리 기준 위반 개연성이 높은 다수의 회계처리 사실에 대해선 정식 감리 전환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금감원은 밝혔다.

향후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 공시에 대해 10일간의 검토를 거친 뒤 정정 요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함 부원장은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철회하고 정정도 해나갈 수 있고, 불법행위로 인해서 회사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행동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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