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구두개입했지만…'환율 1400원대' 요지부동

최상목 "과도한 변동성엔 적극 안정조치“
글로벌 강달러에 외국인 증시 이탈까지
실개입보단 ‘속도조절’ 무게…추가 상승 가능
  • 등록 2024-11-14 오후 7:00:00

    수정 2024-11-14 오후 7:00:00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연일 치솟는 원·달러 환율에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트럼프 트레이드’로 글로벌 달러 강세가 꺾이지 않고 미국 금리 인하 경로 불확실성, 국내 증시 외국인 자금 이탈 등에 환율은 1400원대를 지속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4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406.6원)보다 1.5원 내린 1405.1원에서 장을 마쳤다. 정규장 기준으로 지난 12일부터 3거래일 연속 1400원대에서 마감한 것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개장 전 간담회를 열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경우에는 적극적 시장안정조치를 적기에 신속히 시행해달라”고 구두개입성 발언을 했다. 정부의 이런 조치는 전날 환율이 장중 1410원대로 치솟으며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발언 이후에도 장중 환율은 1409.3원까지 상승하며 1410원을 위협했다.

정부의 개입보다 글로벌 달러 강세의 위용이 외환시장에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탓이다. 미국 공화당은 이번 선거에서 백악관과 연방 의회 상원에 이어 하원까지 석권하며 ‘레드 스윕’을 달성했다. 따라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결국 고율 관세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에 시장에선 계속해서 ‘달러 매수’에 베팅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106.7포인트까지 오르며, 지난해 11월 초 이후 약 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도 달러 강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간밤에 나온 10월 소비자물가는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지만, 연준 인사들은 추가 인하에 신중한 모습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이는 곧 통화정책 불확실성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국내 달러 수급도 환율 상승을 떠받치고 있다.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3일을 제외하고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서만 2조5000억원 가량을 매도했다.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자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 투자하기 부담스러워진 것으로 해석된다.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매도한 원화를 커스터디(수탁)해서 달러로 환전(매수)하는 움직임이 많아지면서 수급적으로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또 수익률이 높은 미국 증시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내국인들의 해외주식 투자를 위한 환전 수요도 크게 늘었다.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이제 막 구두개입이 나왔기 때문에 당장 공격적인 실개입보다는 장중 속도조절을 위한 개입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달러 강세가 지배적인 상황에 실개입을 한다 해도 환율 하락 효과가 크지 않다”며 “환율이 1425원을 돌파한다면 1500원까지도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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