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노믹스에 수출·내수 모두 위기…내년 성장률 2.2% 목표 '경고등'

수출→내수 온기 확산 기대했지만…관세·강달러 등 변수
"시장 다변화 노력 필요…무역·재정적자 겹칠시 충격 커"
내년 성장률 1% 하락 전망…정부, 분야별 회의체 가동
  • 등록 2024-11-07 오후 6:50:00

    수정 2024-11-07 오후 6:58:43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권효중 김은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당시 내세웠던 경제 공약들이 본격화되면 한국 경제 전반에 대외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수출 개선의 온기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질 거라 기대했지만, 관세장벽, 강(强)달러 등으로 대표되는 ‘트럼프노믹스’ 등은 우리의 수출과 내수를 모두 끌어내릴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이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당초 내년 성장률 목표치로 내세웠던 2.2%에도 물음표를 붙이는 상황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시장 다변화 노력 필요…무역·재정적자 겹칠 시 큰 충격”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추가로 붙이는 ‘보편적 기본관세’를 도입하고 무역상대국과 동일한 관세율 적용을 원칙으로 하는 ‘상호무역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언했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는 7일 ‘미국 트럼프 2.0 행정부의 경제정책 전망과 시사점’을 통해 “보편관세가 원안대로 도입된다면 미국 내 제조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한국 기업들의 생산 단가 상승과 생산규모 위축이 일어날 수 있다”며 “한국의 대미투자를 레버리지 삼아 무역장벽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실현되지 않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하는 등 대중국 견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중국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를 대거 공급하는 우리에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중심주의 흐름에서 대미 수출이 상당히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고 우리가 그간 중국을 통해 해왔던 여러 투자나 판매 전략도 수정해야 하게 됐다”며 “유럽과 동남아시아, 인도 등 시장 다변화를 위한 마케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재정 적자 확대를 부추기는 ‘2기 트럼프’의 감세 정책 기조로 금리도 들썩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내수 부양의 필요성이 커진 상태다. 환율도 강달러 추세가 길어지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부적 원인으로 예전 같은 대미 흑자를 보기는 어려울 테니 재정여건이 팍팍해질 것이고, 국내적으로는 경기 부양으로 몰려가고 있으나 과거처럼 재정지출을 유지할 수 없다”면서 “수출이 어려우면 환율이 더 오르고 내수는 또 위축되는 악순환이 생길 텐데, 이런 상황에서 무역적자에 재정적자까지 함께 발생하게 되면 경제에 큰 충격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대로 주한미군 주둔비용(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이 진행돼 큰 폭의 증액이 관철된다면 국가 재정에는 타격이 더해진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방위비 분담금은 굉장히 올라갈 것으로 예상돼 재정 측면에서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인다”며 “협상에서 우리가 뭘 얻을지가 중요한데, 유럽이나 중동 방산 수출에서 미국의 승인을 이미 받은 만큼 얼마나 확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韓 성장률 1% 하락 전망…정부, 분야별 회의체 가동

당초 정부는 내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2.2%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이 불러올 수 있는 부정적 파급효과로 인해 이 같은 성장률 전망에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간 혁신적 구조개혁 없이 감세 기조를 유지한 데다가 소득 재분배, 사회적 갈등 해결 등도 해내지 못한 상태”라며 “여기에 수출 불확실성이 더 커진 건데 목표 달성에 관해서는 비관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외 주요 분석기관에서도 한국의 내년 성장률이 1% 가량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수출 부진과 투자 위축 여파로 성장률이 1.0%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트럼프 노믹스 2.0과 한국경제’ 보고서를 내고 성장률이 많게는 1.1%포인트까지 떨어지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정부도 금융·외환과 통상, 산업 등 분야별 회의체를 가동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 장관회의 겸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트럼프 당선인이 강조해 온 정책기조가 현실화할 경우 경제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범정부 컨트롤타워로 정해 빈틈 없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선 결과로 한국 경제에 불확실성이 더해졌다는 지적에 대해 “바이든 정부 때와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 경제의 손실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왔고, 리스크 헤징(위험 회피·적정 배분)을 위한 준비는 오래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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