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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하데 공원 TPC(파72)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 태국은 호주와의 세 경기를 모두 4홀 차로 완파하고 인터내셔널 크라운의 왕관을 썼다.
아타야 티띠꾼(세계랭킹 5위), 패티 타와타나낏(63위), 모리야 쭈타누깐(80위), 에리야 쭈타누깐(83위)으로 이뤄진 태국은 이번 대회에서 인터내셔널 크라운의 새로운 기록을 썼다. 조별리그에서 전승을 거둔 최초의 팀이었고, 전체 12경기 중 11승으로 대회 사상 최다승을 기록했다. 아울러 8개 국가 중 6번 시드를 받았던 태국은 가장 낮은 시드로 정상에 오른 팀이 됐다. 종전은 2014년 첫 대회 때 5번 시드로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이었다.
이로써 태국은 2014년 스페인, 2016년 미국, 2018년 한국에 이어 대회 네 번째 챔피언에 이름을 올렸다. 앞선 세 차례의 대회에서 4위 이상의 성적을 거둬본 적이 없는 ‘태국의 반란’이다. 그만큼 최근 5년간 태국 여자 골프가 급성장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팀” 유대·자신감…MVP는 에리야
태국 선수들의 우승 원동력은 선수 간 유대감과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결승전 첫 주자로 나선 티띠꾼은 호주의 스테파니 키리아쿠와 일대일 매치에서 11번홀까지 타이드 매치의 팽팽한 대결을 벌이다가, 12번홀부터 16번홀까지 5개 홀 중 4개 홀을 따내는 뒷심을 발휘해 승리했다.
포섬 매치에서는 쭈타누깐 자매가 나섰다. 포섬 매치는 두 명이 공 한 개를 번갈아 쳐 팀원의 호흡이 중요한 경기. 언니 머리냐가 정확한 샷으로 버디 기회를 만들면 동생 에리야가 퍼팅으로 이를 마무리했다. 이들은 7번홀부터 10번홀까지 4연속 버디를 합작하며 이민지·세라 켐프의 의욕을 꺾었다.
경기를 끝낼 수 있는 15번홀(파4). 모리야가 벙커에서 한 세 번째 샷을 한 번에 그린에 올리지 못해 위기를 맞았지만, 에리야가 그린 주변에서의 칩 샷을 홀 안으로 꽂아 넣으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대회 MVP로 선정된 에리야는 “태국에서 열린 2014년 첫 대회부터 이 순간을 기다렸다. 마침내 노력에 대한 결실을 보았다”며 기뻐했다. 티띠꾼은 “우리는 세계 최고의 팀이다. 어느 팀을 상대해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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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천국’으로 불리는 태국은 연습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골프장은 물론 연습장 등 최상의 인프라를 갖고 있다. 여기에 탄탄한 체격 조건에서 나오는 장타력, 많은 연습량, 골프의 대중화 등으로 인해 태국은 어느새 여자 골프의 화수분이 됐다.
최근 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태국 선수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엘리트 선수들은 10대 중·후반만 되면 태국을 떠나 미국, 유럽 등에서 활동한다. 티띠꾼과 쭈타누깐은 17, 18세에 일찌감치 프로로 전향해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에서 활동했다. 타와타나낏은 미국에서 대학에 다닌 뒤 LPGA 2부투어(엡손투어)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사례다. 그는 2016년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며 일찌감치 주목받았고, 2017년부터 2년 동안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골프부에서 맹활약했다. 일찍부터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적응력을 기른 덕분에 LPGA 투어에도 빠르게 연착륙한다.
한국 골프는 딜레마에 빠졌다. 직전 대회였던 2018년 정상에 올랐던 한국은 올해 조별리그에서 호주, 태국에 4전 전패해 탈락한 뒤 마지막 경기에서 일본에 이겨 겨우 체면을 차렸다. 고진영(세계랭킹 3위), 김효주(9위), 전인지(12위), 최혜진(25위)의 최강 조로 구성됐지만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올 시즌 8개 대회에서 1승을 기록하는 데 그친 한국 선수들의 부진이 인터내셔널 크라운 경기력에도 반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태국에 3전 전패한 호주가 준우승을 기록했고, 3·4위전에서 스웨덴을 2승 1패로 꺾은 미국이 3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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