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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지난달 29일 키움과 트레이드를 통해 토종 선발투수 최원태(26)를 전격 영입했다. 그 대가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윈나우(Win Now)’를 원하는 LG는 입이 찢어졌다. 29년간 이루지 못한 한국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 수 있다는 기대가 더 높아졌다.
LG는 지난달 31일 현재 53승 2무 33패로 정규시즌 선두를 달리고 있다. 6월 26일부터 한 달 넘게 리그 1위를 지키는 중이다. 2위 SSG랜더스(50승 1무 35패)에 2.5경기나 앞서 있다.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어 한국시리즈에 직행한다면 우승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그렇게 잘하고 있는데도 LG는 불안했다. 아쉬운 선발진 때문이었다. 지난달 31일 기준 팀타율(.285)과 불펜 평균자책점(3.24)은 시즌 초반부터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불펜이 워낙 강하다 보니 팀 전체 평균자책점도 3.61로 1위다.
그런데 선발투수만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4.02로 6위에 머물러있다. 외국인투수는 그럭저럭 제 몫을 해주는데 믿을만한 토종 선발이 없었다. 베테랑 임찬규(6승 2패 평균자책점 3.35)가 잘하고 있지만 다른 팀 에이스에 비해선 무게감이 떨어진다. ‘젊은 에이스’로 기대를 걸었던 김윤식, 이민호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원태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투수다. 2016년 19살 신인 시절부터 1군 마운드에 올랐다. 트레이드로 LG에 오기 전까지 키움(전신 넥센 포함)에서 184경기에 등판해 66승(48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그보다 더 많은 승수를 따낸 투수는 양현종(KIA·82승) 한 명이다. 지금 KBO리그 20대 투수 가운데 최원태보다 더 많이 승리를 거둔 선수는 없다.
선발 고민에 웃을 일이 없었던 염경엽 감독은 모처럼 활짝 웃었다. LG 감독직에 부임한 이래 가장 환한 미소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혈이 뻥 뚫리는 기분, 암 덩어리가 훅 빠지는 느낌이다”고 표현할 정도다. 최원태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최원태는 LG 유니폼을 입자마자 기대에 제대로 답했다. 지난달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와 잠실 라이벌 경기에서 ‘쌍둥이 유니폼’ 데뷔전을 치렀다. 6이닝 2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로 LG의 10-0 완승을 견인했다. 사사구는 단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최원태의 개인 통산 67번째 승리이자 LG에서 거둔 첫 승이었다. LG의 기대가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기도 했다.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해 새 출발한 LG트윈스는 창단 첫 해 1990년 백인천 감독 아래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1994년 ‘류지현-김재현-서용빈 신인트리오’를 앞세워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뤘다. 이때만 해도 프로야구판에서 LG의 시대가 활짝 열리는 듯했다.
야구에 누구보다 진심이었던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1995년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장에서 “다음 우승 때 마십시다”라고 말하며 아와모리 소주를 선수단에 선물했다. 안타깝게도 그 소주는 29년째 뚜껑을 열지 못하고 있다. 그 소주가 지금까지 남아있는지가 야구계의 화제일 정도다.
LG가 좀처럼 우승하지 못하자 구본무 회장은 당시 8000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사서 한국시리즈 MVP에게 주겠다는 공약을 했다. 이 롤렉스 역시 주인을 찾지 못하고 구단 금고 속에 계속 잠들어 있다.
그만큼 LG는 우승이 간절한 팀이다. 그래서 최원태의 일거수일투족이 더 관심이 쏠린다. 과연 최원태는 전설로만 전해지는 아와모리 소주와 롤렉스 시계를 세상에 꺼낼 수 있을까. 올 시즌 프로야구의 중요하고 흥미진진한 볼거리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