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인권·일정 논란에도 2034 월드컵 개최 확정...亞 세 번째

사우디, 호주·인도네시아 개최 포기로 단독 입후보
국가 이미지 개선 위한 '스포츠 워싱' 노력 결정판
인권 문제, 개최 시기 등 논란 해결 안된 건 숙제
  • 등록 2024-12-13 오전 12:10:00

    수정 2024-12-13 오전 12:10:00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오일머니’로 무장한 사우디아라비아가 2034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단독 개최지로 확정됐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의 2034년 월드컵 개최를 공식 발표하고 있다. 사잔=FIFA 공식 홈페이지
FIFA는 11일(현지시간) 211개 회원국이 참가한 가운데 화상회의로 임시 총회를 열어 2030년과 2034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안건을 의결했다.

2030년 대회는 유럽의 스페인·포르투갈, 아프리카의 모로코 3개국이 공동 개최하고, 2034년 대회는 사우디에서 열린다. 두 대회 모두 단독으로 후보에 올랐고, 특별한 반대 없이 개최지로 결정됐다.

앞서 FIFA는 지난해 10월 평의회에서 2030년 대회의 경우 3개국 공동 개최를 발표한 바 있다. 미국·캐나다·멕시코가 함께 여는 2026년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3개국 이상 공동 개최한다.

아울러 FIFA는 월드컵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남미의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에서도 총 104경기 중 한 경기씩을 치르기로 했다. 사실상 3개 대륙 6개국에서 대회가 열리는 셈이다. 특히 월드컵 개막전은 100년 전 1회 대회 경기장이었던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의 에스타디오 센테나리오에서 열린다.

더 관심을 모았던 것은 2034년 대회의 사우디 개최다. 애초 이 대회는 사우디와 공동 개최 의사를 밝힌 호주·인도네시아의 ‘2파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가 사우디 지지를 선언하고, 호주도 대회 유치를 포기하면서 사우디가 단독 후보로 나섰다. 당시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아시아에서 2034년에 월드컵이 개최될 것”이라며, 사실상 사우디의 월드컵 유치를 기정사실화했다.

사우디는 2002년 한국과 일본, 2022년 카타르에 이어 아시아 세 번째 월드컵 개최국이 됐다. 사우디의 월드컵 개최는 그동안 막대한 돈을 들여 추진해온 ‘스포츠 투자’의 결실이라는 평가다.

사우디는 대외 이미지 개선을 위해 최근 몇 년간 골프, 복싱, e스포츠, 포뮬러 원 등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이른바 ‘스포츠 워싱’이다. 핵심은 축구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직접 인수했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 네이마르 등 슈퍼스타들을 사우디 리그로 영입했다.

사우디의 2034년 월드컵 개최에 대해선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여성 인권, 언론 탄압으로 문제를 일으킨 사우디가 스포츠 워싱을 위해 축구를 이용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반대 성명을 냈다. 노동 인권 및 스포츠 책임자인 스티브 콕번은 “적절한 인권 보호가 마련되지 않은 채 2034년 월드컵 개최권을 사우디에 주기로 한 FIFA의 ‘무모한 결정’은 많은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풋볼서포터스유럽그룹도 “축구가 진정으로 그 정신을 잃은 날”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에서 열리게 될 월드컵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겨울에 열릴 전망이다. 보통 월드컵은 여름인 6∼7월에 개최하지만, 중동은 무더위 때문에 여름에 경기를 치르는 것이 불가능하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도 11∼12월 열렸다.

다만 사우디는 이미 2034년 하계 아시안게임도 유치한 상태다. 하계 아시안게임은 11월 29일부터 12월 14일까지 열리기에 월드컵은 연초인 2034년 1월에 열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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