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김은희 ‘리바운드’, ‘슬램덩크’ 바통 잇나
4월 5일 개봉을 앞둔 한국 영화 ‘리바운드’(감독 장항준)는 ‘실사판 슬램덩크’라는 입소문으로 개봉 전부터 주목받고 있다. ‘리바운드’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쉼 없이 달려간 8일간의 기적을 그렸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제작한 BA엔터테인먼트가 2012년 대한농구협 회장기 전국 중고교 농구대회에참가한 강양현 코치와 부산중앙고의 실화를 뉴스로 접한 뒤 매료돼 10여 년간 영화화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라이터를 켜라’, ‘기억의 밤’의 장항준 감독이 연출을 맡고 그의 아내이자 드라마 ‘킹덤’, ‘시그널’을 쓴 스타작가 김은희와 ‘공작’의 권성휘 작가가 극본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 ‘응답하라 1988’을 비롯해 영화 ‘사냥의 시간’, ‘족구왕’ 등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안재홍이 강양현 코치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신영, 정진운, 정건주 등 신예들이 매력적인 중앙고 농구부 6인방으로 뭉쳐 ‘슬램덩크’ 북산고 5인방에 맞선다.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부산중앙고 기사를 처음 읽을 당시 ‘이 이야기는 반드시 영화로 만들어야 한다’는 누리꾼들의 댓글을 많이 접했다. 업계와 마찬가지로 생생한 감동 실화에 목마른 관객들이 많다는 확신이 들었고, 누리꾼들의 명령을 받아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제작 취지를 전했다.
일찍이 해외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아 작품성에 대한 기대도 높다. 최근 ‘리바운드’는 오는 4월 열릴 이탈리아 우디네 극동 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앞서 ‘모가디슈’,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남산의 부장들’, ‘독전’ 등 흥행작들이 이 영화제의 초청을 받았다.
사브리나 바라체티 우디네 극동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스포츠의 본질적이고 독창적인 정신을 구현한, 존엄성과 끈기를 가지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팀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극찬했다.
할리우드 영화 ‘에어’(감독 벤 에플렉) 역시 ‘리바운드’와 같은 날 개봉을 앞뒀다. 1980년대 중반 업계 꼴찌였던 스포츠 기업 나이키를 살린 세계적인 농구화 ‘에어 조던’의 탄생 비하인드를 담은 영화다. 당시 NBA 신인이던 마이클 조던을 모델로 농구화를 만들기로 결심한 마케터와 나이키 CEO의 성공 신화를 스크린에 옮겼다. 할리우드 톱스타 맷 데이먼이 주연을 맡고 벤 에플렉이 출연 겸 연출을 맡았다. 특히 제작 과정에서 마이클 조던으로부터 직접 자문을 받았다고 해 영화 팬들의 기대가 높다.
4월 26일에는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의 신작 ‘드림’이 개봉한다. 개념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 분)와 열정없는 PD 소민(이지은 분)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대한민국이 첫 출전한 2010년 홈리스 월드컵 당시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비롯해 16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전체 개봉 영화 역대 매출액 1위를 기록한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극본 및 연출을 맡은 신작으로 관심이 높다. 여기에 한류스타 박서준과 가수 겸 배우로 활약 중인 이지은(아이유)의 첫 만남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앞서 10여 년 전 국내 영화인 ‘우리 생애 행복한 순간’, ‘국가대표’가 견인한 스포츠 실화의 열기를 4월 극장가가 다시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스포츠는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각본없는 드라마’라고 불린다”며 “스포츠 영화는 그 기적의 스토리에 주인공의 성장과 인간 승리는 물론 빌런과 갈등, 권선징악 메시지까지 다 담았다. 이 극적인 과정들이 모두 ‘실화’라는 점이 제작자와 관객에게 특히나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관객들이 코로나19를 거친 후 단순하면서도 정서적 터치가 강한 소재나 주제의 작품들을 찾는 경향이 강화된 점도 스포츠 영화들이 쏟아지는 현상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부연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스포츠 소재는 스토리의 기승전결, 완성도 등 드라마를 향한 수요와 액션 등 오락성에 대한 수요를 동시에 충족시켜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영화가 일본 애니메이션에 잠식된 극장가에 전환점을 가져다주길 바라는 업계 시선도 있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일본 애니 등 외화 강세로 늪에 빠진 한국 영화를 ‘리바운드’와 ‘드림’이 구해줬으면 한다”며 “4월 첫 타자인 ‘리바운드’가 앞선 ‘슬램덩크’ 열풍에 힘업어 흥행한다면 ‘드림’ 등 다른 국내 스포츠 영화들도 탄력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