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균 "안중근=정성화, 다른 대안 없었다"[인터뷰]

  • 등록 2022-12-19 오전 8:58:00

    수정 2022-12-19 오전 8:58:00

윤제균 감독(사진=CJ ENM)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아바타’가 시각적으로 즐거운 영화라면, ‘영웅’은 시청각의 종합선물세트다.”

영화 ‘영웅’으로 8년 만에 연출로 복귀한 윤제균 감독이 ‘아바타:물의 길’과 불가피한 경쟁에 이같이 밝히며 “작품으로 사랑받고 싶다”는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윤 감독은 14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영웅’ 인터뷰에서 “원래 긴장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오랜만의 복귀라 그런지 솔직히 많이 떨린다”고 말했다.

‘영웅’은 윤 감독이 2014년 개봉작인 ‘국제시장’ 이후 처음 내놓은 영화다. 2012년 동명의 뮤지컬을 관람한 뒤 큰 감동을 받아 영화화를 결정했다.

그는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가 아닌, 안중근과 어머니의 드라마가 제 마음을 움직였다”며 “조마리아가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를 부를 때 오열을 하면서 ‘내가 느낀 이 감정을 영화로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윤 감독은 ‘영웅’을 영화로 만들며 두 가지를 목표로 세웠다. 하나는 뮤지컬 본 이들도 실망하지 않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세계 시장에 내놨을 때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목표로 뮤지컬의 주인공인 정성화를 영화에도 기용했다.

정성화는 뮤지컬계에서 정평이 나 있는 배우지만, 영화계에서는 비교적 덜 알려졌다. 10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큰 영화에 소위 말하는 ‘티켓파워’가 검증되지 않은 배우를 기용한다는 건 모험이다.

윤 감독은 “사실 일각에서 반대가 있었던 것 같은데, 감독으로서 두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성화 외에 대안이 없었다”며 “촬영을 하면서 그 생각이 맞았음을 정성화가 보여줬다”고 배우에게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만약 정성화가 안 한다고 했으면 집에 찾아가서 무릎을 꿇고 빌었을 거다”라는 너스레로 정성화의 캐스팅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영웅’은 뮤지컬 무대의 감동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가져오기 위해 노래 전체의 70%를 라이브 녹음 방식으로 촬영했다. 소음을 최소화하려고 출연진과 스태프 전원이 한 겨울에도 패딩을 입지 못하고 바닥에 담요를 깔아야 했으며, 신발에도 천을 둘러야 했다.

동시에 연기와 노래 모두 만족스러운 컷을 얻기도 쉽지 않았다. 영화의 엔딩을 장식하는 정성화의 ‘장부가’는 총 두 차례 재촬영을 했는데 각각의 촬영이 10차례 이상의 테이크 끝에 오케이가 떨어졌다.

윤 감독은 “배우들이 3~4분 되는 촬영을 서너번 반복하다 보면 거의 탈진한다”며 “같은 걸 여러 번 다시 찍으니까 나중에는 배우들도 스태프도 점점 예민해지더라. 그냥 후시(녹음)로 할 걸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영웅’은 이틀 뒤에 관객의 심판을 남겨놓고 있다. ‘해운대’ ‘국제시장’으로 국내 최초 쌍천만 흥행 기록을 보유한 감독답게 흥행에 대한 부담감도 적지 않을 터다.

윤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배우들에게 ‘간절히 기도하자’고 딱 한마디 했다”며 “20년간 영화를 해보니 흥행은 하늘에서 주는 거더라. 영화 잘 만들어 놓고 겸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고 자세를 낮췄다.

‘영웅’은 1909년 10월26일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로 오는 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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