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천만관중 시대' 프로야구, 인기에 취해선 안되는 이유

  • 등록 2024-10-04 오전 6:00:00

    수정 2024-10-04 오전 9:49:39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프로야구팬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프로야구가 1000만 관중 시대를 활짝 열었다. 지난 1일 막을 내린 KBO리그 정규시즌은 전체 720경기에서 총 1088만7705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종전 최다 기록인 840만688명을 훌쩍 넘어선 역대 최다 기록이다. 지난해(810만326명)와 비교해도 무려 37%가 증가했다.

평균 관중 또한 1만5122명으로 최고치다. 지난해보다 31%가 늘었다. 입장 수입도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다. 10개 구단 입장 수입은 총 1593억1403만1733원이다. 사상 최초로 1500억원을 돌파했다.

흥행 대박은 20~30대 여성 관중이 이끌었다. KBO가 지난 7월 6일 열린 올스타전 입장권 판매 내용을 분석한 결과 20~30대 여성 비율이 전체의 58.7%를 차지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약 10% 증가했다.

젊은 여성팬의 증가로 야구장 문화도 바뀌었다. 여성팬은 패셔너블한 유니폼과 재치있는 응원 도구로 자신의 개성을 한껏 표현한다. 신선한 야구장 패션은 ‘숏폼’으로 불리는 SNS를 지배했다. 새로운 야구장 문화는 팬들을 야구장으로 불러모았다.

그런데 프로야구를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선 지금의 야구 인기가 마치 신기루 같다. KBO가 지난 8월 야구팬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지금의 인기에 대한 ‘명과 암’이 그대로 드러났다. 팬들은 ‘야구장을 찾는 이유’에 대해 ‘응원문화가 재밌어서’(49.3%)라고 대답했다. 이어 ‘나들이와 데이트를 위해서’(31.1%), ‘치맥 등 식음 문화가 좋아서’(29.4%)가 그 뒤를 따랐다. 반면 ‘ABS 등 새로운 경기 제도 도입과 특정 선수를 좋아해서’라는 답변은 10%대에 불과했다. 야구 경기가 아닌 경기 외적인 부분에 끌려 야구장을 찾았다는 이야기다.

지금의 인기에 도취 되지 않을 이유는 또 있다. 2017년에도 야구의 인기는 정점을 달렸다. 당시 840만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는데 불과 2년 만에 728만명으로 급감했다. 국제대회 부진과 선수들의 일탈이 반복되자 팬들은 냉정하게 등을 돌렸다.

관중 신기록을 세운 올해도 마찬가지다. 어김없이 선수들의 음주운전 사고와 사생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지금의 인기가 영원하라는 법은 없다.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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