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개봉한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안중근 의사(현빈 분)가 독립 투쟁 동지들과 함께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노리는 약 일주일의 과정과 고뇌를 그린다.
박훈은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한산: 용의 출현’(감독 김한민, 이하 ‘한산’)을 시작으로 지난해 1312만 관객을 이끈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 이하 ‘노량’),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 이번에 개봉한 ‘하얼빈’까지. 역사 속 위인 및 악인들을 다룬 굵직한 역사 소재 시대물로 스크린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특히 박훈은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황정민 분)의 신군부 반란을 돕는 하나회 세력이자, 도청을 통해 수도경비대의 서울 방어 계획 등을 엿들으며 이태신(정우성 분)의 작전을 방해하는 악역 ‘문일평’ 역으로 큰 활약을 펼쳐 관객들의 심박수를 높이는데 한몫했다. 이후 약 1년 만인 2024년 연말 ‘하얼빈’에선 일본군 소좌로 또 다른 강렬한 결의 악역 연기를 펼쳐 호평받고 있다.
박훈은 일본군 육군소좌 모리 다쓰오 역을 맡아 안중근을 집요히 추격하는 강렬한 악역 연기를 펼쳤다. 모리 다쓰오는 신아산 전투에서 안중근이 이끄는 독립군들에게 일본군이 크게 패하면서 인질로 잡혀있다가 안중근의 자비로 풀려난 인물이다. 모리 다쓰오는 풀려난 후 안궁근에게 알 수 없는 모멸감을 느낀다. 이후 안중근이 살아남아 하얼빈 작전을 기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그는 이토 히로부미(릴리 프랭키 분)의 안전을 위해 독립군을 소탕한다는 명분 하에 안중근을 특히나 집요히 추격한다. 다만 실존이 아닌 가상의 인물이다.
박훈은 “공교롭게 역사 관련 작품을 많이 하고 있다. 의도된 게 아닌데 그렇게 됐다. 저도 왜 그러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아무래도 이런 예전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 안에서 뭔가를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과거에 있던 일을 단순 재현하는 의미로 보이지 않는 거 같다. 그 메시지가 지금 사람들에게 어떻게 던져질까를 보는 것 같다”고 시대극에 많이 참여하게 되는 원동력, 매력 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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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찍으면서 그 말이 떠오르더라. 실제로 무언가 계속 공교롭게 반복되는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세상이 반복되는 듯한. 패션도 돌아오고, 유행하는 무언가도 돌아오고 그러는 것처럼 말이다”라며 “세상이 변했다고들 이야기하는데 ‘돌고 도는구나’란 생각도 든다. 예전의 이야길 하고 있지만, 우리 다음 미래에 일어날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의 혼란한 시국과 맞물려 개봉 후 1년 만에 ‘서울의 봄’이 다시 조명받은 소감도 전했다. 박훈은 “작품을 통해 간접 경험했지 사실 ‘서울의 봄’이 그렸던 그 시대의 일을 저도 모르는 세대다. 그런 점에서 이번의 당황스러운 시국, 상황을 겪으며 관객들도 공감하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라며 “간접 경험의 기회를 줬던 ‘서울의 봄’ 같은 역사극들을 찾아보며 지금의 시국 속에서 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려고 하시는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