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2' 박성훈 "트랜스젠더에 자문…희화화 절대 지양"[인터뷰]②

'오징어 게임2' 박성훈 인터뷰
군인 출신 트랜스젠더 현주 역 출연
"故 변희수 하사 모티브 NO"
  • 등록 2025-01-08 오후 2:14:49

    수정 2025-01-08 오후 2:14:49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저한테 현주라는 역할을 주신 거에 대해서 신기하기도 했고 놀라기도 했어요.”

박성훈(사진=넷플릭스)
배우 박성훈이 트랜스젠더 역할을 연기한 소감과 해석에 대해 전했다. 박성훈은 8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 게임2’) 인터뷰에서 캐릭터에 대해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배우로서 가장 새롭고 큰 도전이 되겠구나 했다. 이 역할을 소중하게 생각해서 멋있는, 매력있는, 누구나 좋아할 만한 캐릭터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포부가 생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 박성훈은 극 중 특전사 출신 트랜스젠더 현주 역을 맡았다.

‘오징어 게임2’ 스틸(사진=넷플릭스)
한국 드라마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캐릭터. 캐릭터 설정에 있어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박성훈은 “해외 반응 중에 ‘실제 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이 트랜스젠더를 연기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계신 분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부분이 걱정이 많이 됐고 현주의 인품보다 트랜스젠더인 게 강조되지 않도록 노력해서 캐릭터를 만들어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해석과 감독님의 의도가 동시에 들어간 것 같다. 감독님과 제가 확실히 같은 생각을 했던 건 절대 현주가 희화화돼선 안 된다는 거였다”며 “이들 중에서 가장 이타적이고 정의롭고 배려심 강하다는 부분에 집중해서 연기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도 현주의 여성성은 조금 묻어났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목소리는 성전환 과정에서 호르몬을 맞더라도 많이 변화하지 않는 부분이라고 하더라. 제가 워낙 저음이니까 감독님 앞에서 여러 톤으로 읽어봤는데 이 정도 톤이 적합하다고 해서 그 톤으로 설정했다”며 “(후반부에서) 긴박할 때는 꾸며지는 소리가 아니라 현주가 원래 갖고 있는 목소리가 본능적으로 나올 거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황동혁 감독은 고 변희수 하사를 현주 캐릭터의 모티브로 삼았다고 전한 바 있다. 고 변희수 하사는 지난 2017년 단기 복무 부사관으로 임관해 성전환을 이유로 2020년 1월 23일 강제 전역 처분을 받고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박성훈은 “참고해서 연기하진 않았다.제가 대학로에 있을 때도 LGBTQ 역할을 했었고, 그분들에 대한 이해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그 일이 있었을 때 누구보다 가슴 아팠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박성훈(사진=넷플릭스)
박성훈은 트랜스젠더 역할을 위해 추가적인 조사는 물론 실제로 트랜스젠더들을 만나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AV 사진을 올렸다가 급히 삭제해 논란을 빚었다. 소수자의 모습을 연기한 만큼 이런 경솔한 행동에 더욱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박성훈은 “그래서 저도 더 문제성을 느꼈던 것 같다. ‘이런 영상물들이 제작되는 게 맞는 것인가. 저희 팀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이 아닌가’ 해서 공유를 하려고 했던 거였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과 캐릭터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와중에 이런 일이 발생해서 굉장히 속상하다”며 “저희 팀 전체에게 가장 송구스러운 마음이 크다”며 눈물을 보였다.

박성훈은 “훌륭한 작품들을 만나서 과분한 사랑을 받고 감사한 나날들이었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을 겪는 게 제 커다란 실수로 인해서 겪는 거지만 초심을 다잡고 뒤를 돌아보고 배우로서 살아가면서 얼마나 내 영향력이 큰가에 대해서도 다시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참여하는 일원으로서 좀 더 어깨가 무거워진 것 같다. 제 마음도 재정비할 수 있는, 지나고보면 제가 성장할 수 있는 시간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톱10 투둠 웹사이트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2’는 공개 11일 만에 1억 262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2주차에도 글로벌 톱10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역대 시리즈(비영어) 2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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