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서도 가능해진 실시간 원화거래…NDF 대체할만큼 늘지 관건

외환시장 새벽 2시 거래②
차액결제 '선물환' 시장 전 세계 1위…'웩더독' 심화
야간 거래때 NDF 줄고 국내 외환거래 늘어나냐가 관건
거래량 없을까 vs 선도은행 선정 위한 '초이스 거래' 횡행
  • 등록 2024-07-01 오전 5:00:00

    수정 2024-07-01 오전 5:00:00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외환당국이 이달부터 외환시장 거래 시간을 새벽 2시로 연장한 가장 큰 이유는 선물환이 현물환을 좌우하는 ‘왝더독(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을 막기 위한 것이다.

오후 3시 30분 장 마감 후 외국인 투자가들은 ‘차액결제선물환(NDF·만기에 계약 원금 교환 없이 선물환율과 현물환율간 차이만 결제)’을 통해 원화 거래를 해왔다.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이 성공하려면 NDF 거래 수요를 국내 원화-달러화 거래(현물환·스와프) 시장으로 흡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현물환 움직임 좌우하는 ‘NDF시장’


NDF가 현물환 시장을 좌우하는 이유는 NDF 시장의 거래량이 현물환보다 많기 때문이다. 외환당국에 따르면 일평균 현물환 시장의 외환거래 규모(은행간 및 대고객 포함)는 351억달러(2022년)로 세계 16위인 반면 NDF시장 규모는 498억달러로 세계 1위 수준이다. 2010년대 이후 거래규모에서 NDF가 현물환을 뛰어넘었다.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NDF를 통해 외국인들이 투기적 거래에 나설 때가 많은데 NDF가 환율 흐름을 좌우하면서 원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변동성이 큰 통화로 분류되며 위험 통화로 인식되고 있다는 평가다.

오후 3시 30분 외환시장 마감으로 외국인들이 원화를 거래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어서 NDF를 택했다면 이달부턴 새벽 2시까지 국내 외환시장이 열리니 NDF거래가 국내 외환시장 거래로 전환될 것이란 게 외환당국의 기대다. 올해부터 해외 소재한 금융기관(RFI)이 직접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된데다 외국인이 국내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도 국제예탁결제기구(ICSD)를 통해 원화를 자유롭게 송금하고 환전하고 원화 대출 뿐 아니라 매매 대금까지 결제할 수 있도록 원화의 접근성을 높아진 만큼 거래 편의도 개선됐다는 평가다. 이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노린 것이기도 하다.

외환당국은 이번 외환시장 거래 시장 연장을 통해 점진적으로 NDF 시장이 국내 외환시장으로 흡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주 달러도 외환시장 거래 시간을 연장하면서 NDF 시장을 호주 내 선물환 시장으로 성공적으로 흡수한 바 있다. 다만 호주 달러 사례를 원화와 비교하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호주 달러는 국제화된 통화라 NDF 시장을 흡수했지만 원화는 호주 달러와는 다른 지위의 통화인 만큼 개장 시간을 연장하더라도 NDF를 거래할 유인이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NDF거래는 ‘차액’만 결제하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는 데다 거래 방식이 간편하고 수수료도 적어 NDF의 경쟁력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NDF 거래, 국내 외환시장으로 흡수될 것이냐

NDF거래를 국내 외환시장 거래로 흡수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거래량이 활발해야 한다. 거래량이 활발해야 매수·매도 호가 스프레드가 좁혀지면서 NDF 대비 가격 경쟁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연장된 시간에 거래량이 많아져야 NDF 거래도 자연스럽게 흡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거래 시간이 연장된 시간대에 현물환이나 FX(외환)스와프 거래 실적에 높은 가중치를 적용해 ‘선도은행’을 선정하고 실적에 따라 외환건전성부담금도 깎아주기로 했다.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 초기에 야간, 새벽 시간대 거래량이 극히 적을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선도은행’에 선정되기 위한 허수 거래 등이 횡행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같은 은행이 동일한 가격에 매수와 매도 주문을 동시에 내는 방식의 ‘초이스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다. 은행은 매수보다 매도 가격을 좀 더 높게 냄으로써 그 차익 만큼 이익을 보는데 매수와 매도 가격을 같은 가격에 내게 되면 수익 측면에선 실익이 없지만 거래량을 늘리는 데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초이스 거래는 선도은행 선정을 위한 거래량 확대 경쟁 등을 위해 그간 관행처럼 행해져왔다.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처음 조성될 때에도 거래량 확대를 위한 방편으로 초이스 거래가 횡행했다. 초이스 거래는 시장 평균환율(MAR)에 영향을 줘 시장 가격을 왜곡한다. 즉, 시장 조성자의 역할을 어느 정도 선까지 인정해줄 것이냐의 문제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당장 연장 시간에 거래가 많지는 않겠지만 이상 거래가 나올 수도 있고 해서 이번 주는 모니터링 기간으로 보고 있다”며 “NDF 시장 흡수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장 플레이어, 거래량이 모두 많아져서 시장의 탄력성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웩더독’ 현상을 축소해 외환시장 거래시장 연장이 환율 변동성을 줄일 것이라는 게 외환당국의 기대이지만 실수요 기반의 거래가 부족할 경우 야간, 새벽 시간대에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최근 금통위 의사록에서 “런던·뉴욕 시간대에 원화-달러화 시장이 처음 형성된 데다 대고객 실수요도 부족해 서울 장중에 비해 NDF 거래 영향이 더 커지면서 과도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환당국은 야간, 새벽 시간대에서 환율 변동성이 과도할 경우 적절한 개입 등을 실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용어설명(NDF·Non-Deliverable Forward)=차액결제선물환, 만기에 계약원금의 교환 없이 계약한 선물환율과 만기시 현물환율간의 차액만 달러로 결제하는 거래.

용어설명(초이스거래)= 같은 은행이 동일 가격에 매수와 매도 주문을 동시에 내는 것. 은행으로선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거래량을 늘려 선도은행, 시장 개입 대행 은행에 선정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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