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회사채, 은행 사모사채 매입 때문

1-5월중 은행 사모사채 인수 6조원
1-5월중 회사채 순발행 -1870억원
  • 등록 2006-06-23 오전 7:05:00

    수정 2006-06-23 오전 7:05:00

[이데일리 강종구기자] 글로벌 금리인상 우려로 위험자산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최근 주가가 급락하고 국내 기업의 해외채 발행이 부진한 것은 미국 유로존 일본 등 선진국들의 동반 금리인상 우려로 인한 외국인 투자의 위축때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그러나 그런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 처럼 보이는 시장이 있다. 바로 국내 회사채 시장이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위험자산에 속해, 요즘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가격이 내릴 법도 하지만 회사채 값은 올해 `상대적으로` 크게 올랐다. 위험이 전혀 없는 국채와의 금리차이(신용스프레드)가 급격히 줄어 든 것.

이처럼 회사채가 초강세를 보이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채무상환 능력이 크게 개선된데다 보다 높은 수익을 얻고 싶은 투자기관들의 욕구가 커진 영향을 빼 놓을 수 없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큰 이유는 바로 은행의 사모사채 인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설명이다. 은행들이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사모사채를 사주기 때문에 공모 회사채는 물량부족에 따른 품귀현상이 나타나면서 가격이 비싸지고 있다는 것이다.

◇ 우량채는 국고채와 가격차 거의 없어..등급간 차이도 대폭 줄어
 
신용등급이 최고(AAA)인 SK텔레콤 회사채의 3년만기 금리(한국채권평가 기준)는 21일 현재 5.12%. 국고채 3년물 4.94%와 18bp의 차이에 불과하다. 연초만 해도 33~34bp 정도였지만 바짝 좁혔다.

신용등급이 AA-인 LG전자 회사채의 3년만기 금리는 5.16%.  자신보다 세 단계나 위인 SK텔레콤과의 금리차이가 고작 4bp에 불과하다. 국고채3년물과의 차이는 연초 44bp에서 22bp로 정확히 절반으로 줄었다.

비단 SK텔레콤이나 LG전자 채권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거의 모든 신용등급에서 회사채와 국고채의 금리차이가 올들어 급격히 줄었고 고등급 채권과 저등급 채권의 금리차도 크게 좁혀졌다.



3년만기를 기준으로 등급별로 국고채와 회사채의 금리차를 보면 AAA등급은 연초 33bp에서 21일 현재 16bp, AA-는 45bp에서 16bp, A-등급은 63bp에서 38bp로 각각 줄었다. 저등급에서는 BBB등급이 190bp에서 148bp로 52bp 감소했고, BBB-등급은 347bp에서 285bp로 62bp 좁혀졌다.  투기등급도 마찬가지여서 BB+등급의 경우 507bp에서 462bp로 45bp 줄었다.

◇ 은행 사모사채 인수 급증에 공모 회사채 품귀현상

회사채가 이렇게 초강세를 보이는 이유중 하나는 신규발행이 저조한데서 오는 물량부족을 들 수 있다. 올들어 기업대출이 급증하는 등 기업의 자금수요가 크게 확대되고 있지만 회사채는 오히려 순상환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대출은 올들어 지난달까지 17조5000억원이나 늘었다. 그러나 회사채는 오히려 1870억원어치가 줄었다. 2월 대규모 순상환된 후 3~4월 순발행됐지만 지난달과 이달에는 다시 순상환 기조로 복귀했다.



회사채 발행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로는 은행의 사모사채 인수가 꼽히고 있다. 은행들이 우량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모회사채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사모사채 인수에 적극 나서는 바람에 공모 회사채 발행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것. 김남선 한국채권평가 연구원은 "6월 중에도 회사채는 순상환으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며 "공모 회사채가 이렇게 순상환 되는 데에는 사모 회사채의 발행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의 사모사채 인수는 사실상 대출임에도 불구하고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신용보증기금에 출연금을 낼 의무가 없고, 공모회사채 발행처럼 등록을 하거나 신용평가를 받을 필요도 없어 절차나 비용에서 훨씬 유리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사모사채 인수는 지난해 10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지난달말 현재 잔액이 20조3000억원으로 불었다. 9개월만에 두배가 됐고 올들어서만 6조원이 증가했다.


결국 은행의 사모사채 인수가 확대되고 그로 인해 공모 회사채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값이 뛰고 있는 셈이다.

강경훈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올들어 회사채 수익률의 신용 스프레드가 크게 축소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예보채의 대규모 만기도래와 고수익채권에 대한 수요 증가 등에도 기인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은행의 사모사채 인수 확대에 따라 회사채 공모발행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이 주요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은행의 사모사채 인수 급증은 회사채 발행시장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기업의 안정적인 자금관리를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의 입장에서는 은행의 중도상환 요구시 이를 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모사채에 비해 만기 보장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증권사들이 이러한 은행의 사모사채 인수가 편법적인 여신운용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향후 증권업계와 은행업계의 갈등으로 확산될 소지가 있다"며 "향후 이러한 사모사채 인수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해 보증수수료 징수대상에 은행의 사모사채 인수를 포함할 것인지 등에 대한 기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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