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쉽지 않아…'연금천국' 호주의 투자문화

'연금 천국' 호주선 주식 줄이고 인프라 투자 늘려
"韓투자자, 개별 종목에 너무 많이 한꺼번에 투자"
퇴직연금 펀드투자→인프라로 유입→혜택 선순환
APRA, 매년 펀드 건전성 테스트해 수익률 제고
  • 등록 2023-11-27 오전 6:00:00

    수정 2023-11-27 오전 6:00:00

[호주(브리즈번)=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호주증권투자위원회(ASIC)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호주에서 시세를 조종해 이득을 챙기는 주가조작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내부자거래 또는 미공개정보 이용 등으로 ASIC가 소송을 진행 중인 사례만 20여건이 있을 뿐이다.

호주 현지 전문가들은 주가조작 사례가 이처럼 적은 이유로 강화한 처벌과 함께 분산·장기투자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손꼽았다. ‘연금천국’인 호주에서는 개별 주식보다 인프라로 돈이 흘러가는 구조가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만난 로스 이스라엘 QIC 글로벌인프라 투자 총괄은 “호주 투자자들은 개인 퇴직연금펀드인 슈퍼애뉴에이션을 주로 이용한다”며 “이렇게 투자된 개인들의 퇴직연금 자금은 개별 주식보다는 인프라 투자로 흘러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들이 개별 주식 투자에 열을 올리기보다는 퇴직연금펀드로 분산 장기투자를 하다 보니 주가조작을 할 유인이 낮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주가조작으로 하한가가 이어지고 거래정지까지 맞은 영풍제지의 주식을 국민연금이 약 6만주가량 보유한 것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는 연기금 손실까지 초래하는 주가조작 사태가 빈번한 이유 중 하나로 분산·장기투자가 자리 잡지 못한 것이 손꼽힌다.

호주에서는 연기금이 인프라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호주 건설·건축 종사자들이 가입하는 연기금인 CBUS수퍼의 브렛 챗필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4년간 현금흐름이 좋은 인프라 비중을 늘리고 주식 비중은 줄였다”며 “투자 자산군 다각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개인들의 퇴직연금 자금이 인프라에 투자될 때 선순환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QIC 글로벌인프라 투자총괄은 “연금이 지역사회 기반시설에 투자된다면 결국 그 수혜는 납부자 본인이 받게 될 것”이라며 “노후자금으로 지역사회 병원에 투자해서 병원 시스템이 개선되면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얻을 뿐 더러 은퇴 이후 개선된 병원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펀드 수익률에 대한 경쟁을 붙이기도 한다. 호주건전성감독청(APRA)은 매년 수익률이 일정 수준 이하인 퇴직연금 수탁법인을 발표한다. 수익률을 높인다는 취지다. 가입자가 단기 수익에 치중할 이유를 줄이는 요인이다.

당국뿐만이 아니다. 민간에서도 개인 퇴직연금 펀드업계가 느슨해지지 않도록 긴장감을 준다. CBUS수퍼는 리서치 하우스 코어데이터 조사 결과 개인 퇴직연금 펀드 신뢰도 측면에서 하위권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브렛 CBUS CIO는 “연금 투자는 시간이 걸리는 일인데, 장기적 투자 성과가 아닌 자금을 축적하는 단계에서 평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선순위에서는 밀릴 수 있다”며 “건전성 테스트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저조한 수익률을 보이는 상품을 걸러내는 데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브렛 챗필드 CBUS수퍼 CIO.(사진=김보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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