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투자관리 주먹구구]②대체투자 덩치 키우기에만 급급...투심위는 면피용 전락

투자 성패 결정은 먼 미래..."투자 집행이 곧 실적"
리스크 관리보다 투자유치...투심위원 전문성도 부족
"내부 집행기구 투자책임 확실히 지도록 하고,
심의기구는 자산배분전략 자문, 이원화된 방식으로"
  • 등록 2019-07-29 오전 5:30:10

    수정 2019-07-29 오전 5:30:10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대체투자는 속성상 블랙박스와도 같다. 투자 후 문제가 생기면 중간에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어렵다. 마지막까지 투자 성패 여부를 판단하는 건 무리다. 투자결정단계부터 각종 위험을 충분히 고려해 선제적으로 자산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실은 다르다. 대체투자위원회 또는 투자심의위원회와 같은 공적 투자기관의 심의기구는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해당 위원들의 전문성도 문제지만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투자심의기구를 사후 면피 수단으로 삼으려는 해당 기관들의 그릇된 인식이 한 몫 한다.



◇형식적 투심위


“사전에 자료를 받아도 해당 심사위원들이 투자물건당 100페이지가 넘는 PT자료를 상세히 볼리 있겠습니까” D공제회의 한 투자심의위원은 투심위의 실효성에 회의적이다. 시간상의 제약, 전문성의 한계로 심의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투심위 안건 거의 대부분이 손쉽게 통과되는 건 이 같은 맥락이다.

이는 ‘투자집행 자체를 곧 실적’으로 평가하는 투자문화, 투자분위기 때문이다. 최근 대체투자 붐이 일면서 실무부서 입장에선 웬만한 투자 프로젝트에 대해선 일단 집행에 들어가려는 경향이 있다. 투자성패에 대한 결정은 대체투자 속성상 최소 5년이상 걸리는 먼 미래의 일이니 리스크관리보다는 투자유치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공적기금 담당 A사무관은 “딜을 따오는, 상품을 가져오는 그 자체가 능력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했다. 다른 투심위원은 “주간운용사 담당자가 이번에 꼭 한번 해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면 심사위원들이 따라가는 분위기”라며 “집행 기구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려는 정서가 있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결국 집행기구는 투자를 많이 일으키려는 속성이 있고 투심위원들은 딜 자체를 철저히 심사할 유인이 적은 만큼 심의기구에선 구조적으로 투자 안건이 무사히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전문성 부족…다른 기관 따라하기 급급

이는 대체투자 전문가들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현실과도 연관 있다. 공적 기금 담당 B사무관은 “위원들의 풀을 구성하는 것 조차 어렵다”며 “대체투자 전문가가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투심위를 제대로 가동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토로했다. 프로젝트 투자의 경우 개별 물건에 대한 상세한 논의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블라인드 펀드 투자에 대해선 해당 운용사의 과거실적(트랙레코드)만 보는데 급급하다. 한정수 건설근로자공제회 본부장(CIO)은 “심의때 개별 투자건에 대한 디테일한 논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블라인드 펀드를 선정할때도 해당 운용사의 지배구조 등 종합적인 시각 보다는 단순히 트랙 레코드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곧 대체투자 시장에서 곁눈질 투자, 유행 좇는 투자가 성행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딜 자체에 대한 분석 능력이 떨어지니 다른 기관의 참여 여부, 특히 앵커투자자가 누구인지가 투자결정의 가장 큰 변수인 셈이다. B사무관은 “국민연금이나 산업은행 같은 선도적 투자자들을 주로 따라한다”며 “이미 검증 된 것만 보고 들어간다.”고 말했다.

종합적인 포트폴리오 전략 부재

투자심의기구의 효용성이 떨어지면서 대체투자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전략을 마련하는 일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본부장은 “대체투자내 다양한 자산군의 상관관계, 자산군별 시너지, 이를 토대로 전체 자산배분은 어떻게 가져갈지 등에 대한 통합적 체계적 접근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삼영 롱아일랜드대 교수는 “국내투자가 불안하다 싶으면 해외투자를 늘리고 그때 그때 딜소싱이 들어올때마다 유행을 좇아 투자하는 식”이라며 “그러다보니 실적이 좋으면 특별한 근거 없이 대체투자 비중을 몇%포인트 높이겠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접근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투자에 대한 위험관리가 절실해지는 투자환경에서 투자심의 단계부터 성과평가까지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자산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두영 중기중앙회 자산운용본부장(CIO)은 “투심위원들 중에서도 단순 거수기 역할을 거부하려는 위원들이 분명히 있다”며 “투자물건 선정과정에서 위원들이 눈치보지 않고 소신 있게 심의 결정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우 전 군인공제회 대체투자실장은 “1차적으로 개별 투자건에 대한 판단은 리스크관리팀이 처음부터 관여해야 한다”면서 “해당 딜에 대한 정보가 많은 내부기구에서 주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체투자의 복잡한 속성상 심의기구에서 개별투자건에 대한 타당성을 분석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내부집행 기구에 대해선 권한과 책임을 확실히 부여해 개별투자건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고, 심의기구는 전체적인 자산 배분전략을 자문토록 하는 등 이원화된 방식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대체투자 심의기구 연기금 공제회 등 공적투자기관의 대체투자 프로세스는 해당 투자안건에 대한 실무부서의 검증 이후 투자심의위원회 또는 대체투자 상품선정위원회 등 심의기구의 심의를 거친다. 투자결정은 최종적으로 집행기구의 몫이지만 심의기구에서 반대하는 투자물건에 대해 투자를 강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심의기구가 사실상 최고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한다. 위원회는 통상 5∼8명선으로 구성되며 교수, 회계사 등 외부전문가들이 3분의 2, 나머지는 해당 기관 CIO등 내부위원으로 채워진다. 위원회에 상정되는 딜은 통상 운용사가 제안한 물건의10%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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