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뛴다)③다시 `사무라이` 정신으로

  • 등록 2006-09-14 오후 12:09:13

    수정 2006-09-14 오후 12:09:13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일본은 수년간 배신당한 사무라이 사업본능을 일깨우고, 일본 경제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사무라이들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왔다." 

비즈니스위크는 지난달 `일본 벤처기업, 사무라이 정신이 돌아왔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이 일본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사무라이 기업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일간지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도 올해 신년호 1면 머릿기사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도전정신을 새로운 일본을 끌어나갈 힘이자 사무라이 정신이라고 극찬했다.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호전적 의미와 달리, 일본에서 사무라이 정신은 상호부조, 인내, 용기를 의미한다. 이것은 오늘날 고통을 분담하고 해고를 최소화하는 일본식 경영으로 이어져 `잃어버린 10년`을 이겨내는 힘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인 게이단렌(經團連)의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회장은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극복한 원동력으로 무엇보다도 사무라이 정신을 꼽았다.

일본기업이 다시 뛰면서 새로운 사무라이 정신이 고개를 들고 있다. 1980년대 잇따른 해외 진출로 세계의 부러움과 질시를 받았던 일본 기업이 장기 불황을 견뎌내고 이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사람을 뽑고, 해외 진출을 확대하는가 하면 외국기업 인수·합병(M&A)에도 분주한 모습이다.

◇`당신을 예약합니다`..대졸자 인력 품귀

일본 자동변속기업체 아이신정기는 올해부터 외국인을 정사원으로 고용하기 시작했다. 소니가 외국인을 최고경영자(CEO)로 받아들인 일은 있지만 보수적인 일본기업이 외국인을 정사원으로 고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아이신정기는 지난 2001년부터 기간제 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인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도요타 자동차의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올해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본기업의 회생 기미는 제일 먼저 구인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해초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18개 일본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07년 대졸자 채용 규모는 올해보다 21.3%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기업의 채용 확대 규모는 3년 연속 20%를 웃돌고 있다. 

특히 일본기업들은 대학 졸업을 앞둔 인재 예약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소니는 입사시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가 하면, 미쓰비시중공업은 채용되면 배치될 부서까지 미리 알려주고 있다. 또 중소기업들은 회사를 알리기 위해 대학에서 적극적인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있다.

◇`중국은 좁다`..인도·베트남 등 亞시장 집중 투자

2000년 들어 중국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던 일본 기업들은 이제 인도를 비롯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전체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베트남과 인도를 중심으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베트남 직접투자액은 4억3700만달러로 지난 2004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1995년의 11억3000만달러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지난 1994년의 3억3300만달러 수준은 넘어섰다.

인도 투자는 지난해부터 가파른 신장세를 나타냈다. 일본은 미국, 영국에 이어 인도에 가장 많은 투자를 했다. 소니는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인도에 `소니 월드`, `소니 익스클루시브` 매장을 156개 확보해 전국적인 판매망을 구축했다.

한국 기업과의 제휴도 최근 들어 강화되고 있다. 일본 미즈호은행은 신한금융지주에 100억엔을 출자해 지분을 약 1% 가량 매입하기로 했다. 일본 대형은행이 한국 주요은행의 지분을 매입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닛코코디얼그룹은 지난 8월 대신증권과 업무 제휴 계약을 맺었다. 또 세계 2위 철강업체 신일본제철은 포스코와 제휴를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 2위 철강사인 JFE는 현대제철에 비공식적으로 지분 투자를 제안하기도 했다.

◇M&A 급증..`日기업 자신감 회복`

일본은 지난 1980년대에 콜롬비아 픽처스, 뉴욕 록펠러 센터 등을 사들이면서 미국에서 일본 자본에 대한 경계심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미국은 일본의 잇따른 부동산 매입을 `고질라의 습격`이라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고질라의 습격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은 1990년대 들어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면서 `잃어버린 10년`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구조조정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일본 기업의 이제 외국기업을 상대로 다시 습격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 도시바는 미국 원자력기업 웨스팅하우스를 54억달러에 인수했다. 일본판유리(Nippon Sheet Glass)는 영국의 판유리 제조업체 필킹턴을 18억파운드에 합병했다.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일본 기업들의 해외 기업 인수 규모는 58억달러에 그쳤지만 지난해 151억달러로 급증했다. 올해 8월말까지 외국기업 M&A 규모는 이미 121억달러에 이르러 지난해 수준을 곧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부실채권을 완전히 털어낸 일본 은행들이 M&A 최전선에 나서고 있다. 1990년대 이후 투자에 보수적이던 일본의 은행들도 해외기업 인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6월 중국은행에 투자한 도쿄미쓰비시UFJ은행은 인도네시아의 BNP은행을 인수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조나단 얼럼 KBC 파이낸셜 투자전략가는 "몇 해간 부진했던 일본 기업들의 해외 M&A가 급증하는 것은 인상적"이라며 "일본 기업들은 자신감을 회복했고, 충분한 자금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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