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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러시아 중심의 10개 비(非)OPEC 산유국, 노르웨이와 캐나다 등도 참여한 OPEC+는 이날 화상회의에서 올해 5~6월 2개월 동안 모든 회원국이 생산량을 하루에 총 1000만배럴씩 감산하기로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사우디의 경우 현재 하루 1200만배럴의 생산 수준을 하루 330만배럴로, 러시아는 200만배럴로 축소할 예정이다. 또 6월 이후부터 연말까지 6개월 동안 하루 평균 800만배럴로, 내년 1월~4월까지 4개월 동안 하루평균 600만배럴로 감산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블룸버그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하락한 상황에서 이날 회의에 참여한 대다수 국가는 이같은 방안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단, 멕시코는 예외였다. 블룸버그는 “이런 상황은 코로나19라는 위기에서 9시간에 넘는 화상회의를 통해 석유시장을 되살리려는 전 세계의 노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헤지비용까지 부담하는 멕시코 정부
유가가 급락하면서 상당 에너지 기업은 설비투자 비용과 생산량을 자체 감축하고 있지만 멕시코 국영 석유기업 페멕스는 생산 증대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석유산업 부흥을 통한 경제살리기에 나서면서 증산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12월 취임한 오르라도르 대통령은 그의 임기가 끝나는 2024년까지 멕시코 석유 생산량을 250만배럴까지 늘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135억달러 규모의 공공·민간 투자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 계획에는 석유를 증산하기 위한 에너지 산업 투자 계획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벼랑 끝까지 놓인 상황에서 멕시코 정부는 적극적으로 페멕스를 지원하고 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페멕스의 석유를 내수시장으로 돌리겠다고 밝혔다. 또 풋옵션을 통해 석유가격이 배럴당 49달러 이하로 수출될 경우에 대한 헤지비용을 보전해주고 있다. 오일프라이스에 따르면 아르투로 헤레라 멕시코 재무장관은 멕시코 재정예산은 모두 석유수입으로 충단된다며 정부가 적극 나서 석유산업을 지켜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멕시코는 감산을 하자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OPEC+ 회원국들은 10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에너지 장관 회의에서 멕시코를 설득할 방침이다.
“OPEC+, G20회의서 500만배럴 추가 감산 기대”
진짜 문제는 이번에 감산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유가가 반등은 커녕, 대폭락했다는 점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9.3%(2.33달러) 미끄러진 22.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 사태로 원유 수요가 2400만배럴(영국 리서치회사 FGE)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하루 1000만배럴 감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실망감이 컸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즈는 OPEC+이 미국, 캐나다가 포함된 G20 에너지 장관회의에서 하루평균 500만배럴 추가 감산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댄 브룰렛 에너지부 장관이 G20 에너지 장관이 대표로 참석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과 전화로 유가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기자회견에서 “석유 기업들이 파산하기 않기 위한 최소한의 유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