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것은 신용위기라기 보다 오히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때도 별로 좋지 못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번진 시장의 불안과 실물 경제 파급을 방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벌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인플레이션 공포 속으로
미국의 2월 소비자 물가는 연율 4%대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유로존 국가들의 물가 상승률도 3.5%로 치솟았다.
세계은행은 전세계 식료품 가격이 지난 3년간 83%나 오른 것으로 추정했다. IMF는 이머징 마켓 국가들의 소비자 물가는 올해 7.4%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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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세계적인 인플레를 유발하고 있는 요인은 그야말로 글로벌하다고 20일 분석했다.
독일에선 노조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고 있고, 중국에선 돼지고기가 품귀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선 전기가 부족하고, 인도에선 임금 인상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아시아인들의 주식인 쌀값은 지난해 147%나 올랐고, 인도와 중국 등의 수요가 넘쳐 나면서 원자재 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달러 약세도 글로벌 인플레의 주범 중 하나다. 사우디 아라비아나 홍콩 등 달러 페그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들이 물가 압력에 시달리게 됐다.
지금껏 저 인플레이션의 대명사였던 세계화(globalization)도 어느새 인플레 유발 이유가 됐다. 저렴한 노동력으로 미국 등 수입품 가격을 내려줬던 중국과 인도 경제가 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고,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게 됐다.
IMF 이코노미스트 출신의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 대학 교수는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에 대한 우려도 피력했다. 한 번 기대 심리가 불거지기 시작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들 인플레 파급효과에 `허덕`
변동성이 커서 근원 인플레이션을 측정할 땐 제외되기도 하지만,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 최근 인플레이션의 핵심 중 핵심이다. 이에따라 미국 기업들은 이미 어려움에 빠져들고 있다.
짐 오웬즈 캐터필러 최고경영자(CEO)는 "원자재 비용에 대한 상당한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킴벌리 클락은 지난 2월 욕실용 화장지 등 제품 가격을 4~7% 이상키로 했고, 허쉬 푸드는 초콜렛바 가격을 13$나 인상했다.
◇유럽 "경기보다 인플레 걱정"..弱달러로 몽골도 인플레 부담
유럽중앙은행(ECB)은 경기 둔화보다 인플레 잡기에 혈안이 돼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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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물론 경기는 후퇴하는 데 오르고 있는 물가가 걱정이지만, 실업률이 오르면서 임금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세 상쇄가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중국도 인플레 걱정이 남다른 곳. 원자바오 총리는 올해 물가 상승률은 작년(4.8%)만큼은 안되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높다.
심지어 몽골에서도 인플레가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몽골 통화 투그릭(Togrog)은 비공식적으로 달러에 페그(연동)돼 있기 때문. 달러가 떨어지면서 몽골의 물가 인상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은 15.1%에 달했다.
WSJ은 그러나 FRB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은 대개 미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그리고 최근의 상품 가격 급등을 촉발한 투기 세력들이 잠잠해지면서 글로벌 인플레가 잦아들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줄리안 제솝은 "인플레는 경제가 둔화되면 늘 언제나 낮아진다"면서 "1년 정도면 이같은 글로벌 인플레 상황은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인플레에 대한 전망은 과거보다 더 불확실해진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