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은행권이 연말 희망퇴직 실시를 앞두고 희망퇴직 규모 등에 고심하고 있다. ‘이자 장사’로 손쉽게 번 돈으로 성과급·퇴직금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진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은행권 노조에선 “은행들 모두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이달 말 희망퇴직을 실시할 전망이다. 현재 임단협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NH농협은행은 지난달 21~23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은행들은 경영·인력 구조 효율화를 이유로 대대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은행원들은 희망퇴직 조건이 좋을 때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을 하려는 계산이 맞물리면서 희망퇴직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연초에 이어 지난 8월 두 번째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대상을 ‘근속연수 15년 이상, 1983년생 이전 출생자’까지 넓히기도 했다. 만 나이로 30대가 희망퇴직 대상자에 포함됐던 것이다.
은행권도 이런 ‘돈 잔치’ 비판을 의식해 눈치를 보며 고심 중이다. 실적이 좋은데 희망퇴직 조건을 무턱대고 축소했다가 노조가 반발할 수 있고, 그렇다고 최근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신경쓰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올 들어 3분기까지 30조원이 넘는 이자 이익(30조9366억원)을 거뒀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7.4%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NH농협은행의 경우 희망퇴직 조건을 다소 축소했다. 지난해는 만 56세 이상 직원은 28개월 치, 10년 이상 근속한 만 40세 이상 일반 직원에겐 20~39개월 치 특별 퇴직금을 지급하는 조건이었으나, 올해는 일반 직원은 차등 없이 최대 20개월치 위로금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