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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국토안보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발동에 앞서 가진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장벽) 건설 계획이 이미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착공 시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몇 달 후”라고 설명했다.
하루 전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에 “내일은 국가안보에 매우 중요한 날”이라고 썼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워 미국으로 유입되는 중남미 인구를 철저히 막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멕시코가 돈 댈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러면 최소 100억달러(약 11조6600억원)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건설 자금은 멕시코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에서“양국 간 협상이 조만간 시작될 것”이라며 “장벽 건설 비용은 전적으로 멕시코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먼저 재정을 투입해 장벽 공사를 시작하고 차후 멕시코가 비용을 상환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에도 좋고, 멕시코에도 좋을 것”이라며 “우리는 매우 안정적이고 견고한 멕시코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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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불법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체포하지 않는 ‘이민자 보호도시’에 대해 연방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행정명령도 함께 발동했다.
멕시코 “우린 절대 돈 못 내”
그러나 트럼프의 계획이 잘 이행될 지는 미지수다. 멕시코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같은 날 ‘트럼프 장벽’ 건설을 위한 돈을 낼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불편한 심기도 드러냈다.
니에토 대통령은 오는 31일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미래 양국 관계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일데폰소 과하르도 멕시코 재무장관 등은 이미 트럼프의 발표가 있던 날 워싱턴에서 실무 논의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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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멕시코 경제는 서서히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트럼프 취임 당시 급락했던 통화가치와 증시는 그의 취임과 함께 반등하고 있다. 멕시코 증권거래소의 IPC지수는 트럼프가 취임한 20일 이후 7.2% 상승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95개국 증시 중 가장 빠른 상승세다. 증시 상승세를 이끈 건 달러 대비 멕시코 페소화 가치 회복이다. 달러 대비 멕시코 페소 가치는 ‘트럼프 장벽’을 결정한 날 2% 가까이 올랐다.
로이미 은행의 국제자산배분부문장인 움베로토 가르시아는 “트럼프 리스크는 이미 멕시코 시장에 반영됐다”며 “게다가 투자자는 수십 년 간의 미-멕시코 경제 결속이 하루 아침에 분리될 수 없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멕시코와의 경제적 분리를 시행하는 속도보다는 미국에 차기 행정부가 들어서는 속도가 더 빠를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장벽’도 멕시코 기업에 힘을 싣고 있다. 세계 3대 시멘트 기업인 멕시코 시멕스는 트럼프가 국경 장벽 건설 행정명령에 서명한 당일 뉴욕 증시에서 3.7% 오르며 1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멕시코 광산 회사 인두스트리아스 페놀레스 역시 주가가 큰 폭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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