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트위터는 과장이 아니었다…트럼프의 발빠른 행보 '눈길'

TPP 탈퇴부터 멕시코 장벽까지…하루 하나 논쟁적 공약 현실화
일부 수정·타협안도 엿보여…재정 확대·법인세 인하 시점은?
  • 등록 2017-01-26 오후 5:58:50

    수정 2017-01-26 오후 6:00:26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그의 트위터는 농담이나 과장이 아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 직후부터 예상을 뛰어넘는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의 과격한 트위터에 ‘실제 실행할까’ 반신반의하며 우려 반 기대 반으로 그의 취임을 지켜봤던 전 세계는 다시 한번 놀라고 있다. 국회의 동의가 필요없는 대통령 행정명령을 활용해 다음 날은 또 어떤 정책을 내놓을 지 관심을 끌고 있다.

‘TPP 탈퇴부터 멕시코 장벽까지’ 말한 대로 실행

트럼프의 공약 이행 속도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기업인이자 방송인 출신다운 면모다. 취임식이 열린 20일(현지시간) 진행 중이던 모든 정책을 일시 중단한 후 첫 행정명령인 ‘오바마케어’ 폐기 추진‘을 꺼내들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때부터 ’오바마케어‘ 폐지를 주장해 왔다. 건강보험개혁법(ACA), 이른바 오바마케어는 버락 오바마 전임 대통령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미국판 국민보험이다. 그러나 실제 실행은 만만치 않았다. 대안이 마땅치 않았다. 트럼프가 내세운 ’더 좋은 대책‘은 뚜렷치 않았다. 약값을 내리겠다는 공언도 현실성에는 의문이 나왔다. 그가 속한 집권 여당 공화당 내에서도 완전한 폐기가 아닌 선별적 폐기가 거론됐다. 트럼프는 그러나 과감하게 이 안을 첫 행정명령으로 꺼내들었다. 현실적으론 여전히 완전 폐기가 만만치 않지만 그의 의지를 보여준 한 수였다.

오바마케어 폐지에 반대하는 미국 시위대 모습. AFP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주말이 지난 월요일(23일) 환경 파괴 논란이 일며 중단됐던 미국 내 양대 송유관 사업 ’키스톤‘과 ’다코타‘를 허용했다. 친환경에는 관심이 없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에 의존해 온 기존 화석연료 자립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두 번째 수였다.

그 다음 날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선언에는 전 세계가 놀랐다. 지난해 합의한 12개국 자유무역협정은 가입국 전체 GDP의 60%를 차지하는 미국의 탈퇴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설마 하던 일본과 호주, 싱가포르 등 기존 가입국은 분주해졌다. 미국의 자국 보호주의는 분명해졌다.

다다음 날인 25일 공약 중 가장 큰 논란을 낳았던 멕시코 국경 장벽 추진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의 앞선 트위터는 당선을 위한 허언이 아니었다는 게 명확해졌다. 세계 언론은 트럼프의 과거 트위터 내용을 곱씹으며 다음 행정명령이 어떤 게 될 지 예측하기 시작했다. 연일 트럼프의 맹비난 대상이 됐던 멕시코는 망연자실함을 넘어 오히려 차분해졌다. 멕시코 증시와 멕시코 페소화는 트럼프 리스크를 현실로 받아들이듯 그의 당선 이후 급락세를 상당 부분 만회했다. 멕시코 장벽 건설 당인 달러 대비 페소화 가치는 2% 가까이 올랐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이 자국 의회에서 대미 정책의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AFP
각국 증시 분위기도 비슷하다. 뉴욕증권거래소 다우존스 산업30지수는 그의 당선 이후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며 사상 최초로 2만선을 돌파했다. 일본, 중국 증시도 ’트럼프 랠리‘에 올라타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의 말에 반신반의하던 시장이 최소한 그가 펼친 공약의 결과는 차치하고라도 그의 말 자체는 믿을 수 있다고 여기며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모양새다.

칼럼리스트 대니얼 헤닝거는 2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사람들은 과거 트럼프의 만화경 같은 다양한 발언을 ’로르샤흐 검사(사진 10개를 보여준 후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심리 검사의 일종)를 하듯 다양하게 해석했으나 트럼프 취임 한 주만에 이미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일부 수정·타협안도 엿보여…본격 정치력 시험무대

그러나 일부 수정·타협안도 엿보인다. 25일 멕시코 장벽 건설과 함께 서명할 것으로 예상됐던 무슬림 입국 제한 규제 카드는 당장 꺼내지 않았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언론은 하루 전 복수의 익명 관계자를 인용해 이 행정명령의 구체적 내용까지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서명하지 않았다. 시기를 늦춘 것인지 아예 꺼내들지 않으려 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최종적으론 트럼프와 측근의 ‘정치적’ 판단이 들어간 결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이 우려했던 전문직 취업 비자(H-1B)도 포함되지 않았다. 실리콘밸리에는 인도, 중국 등지에서 온 외국인 엔지니어가 많고 트럼프가 공약했던 대로 H-1B 발급 요건을 강화되면 이들 기업은 물론 이곳 인력의 60%를 차지하는 인도까지도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 공화당 내에선 H-1B 비자 발급 기준 강화 법안이 이미 추진중이고 실리콘밸리 내 외국인 엔지니어의 우려는 커진 상황이지만 당장 짐을 싸야 할 상황에서는 벗어났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부터)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취임 이전인 지난달 제프 베조스(왼쪽부터) 아마존 창업주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래리 페이지 최고경영자(CEO), 쉐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실리콘밸리의 주요 IT기업 경영진과 이야기하고 있다. AFP
전 세계를 무역 전쟁에 휩싸이게 할 수 있는 대중국 규제 방안도 아직 꺼내들지 않았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관세를 3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해 왔다. 중국과의 본격적인 ‘무역 전쟁’은 전 세계가 가장 우려한 시나리오다. 중국은 물론 미국과 주변국에게도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었다. 그는 그러나 최소한 지금까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쩌면 미국 경기 침체와 미국 내 실업률 확대, 안 그래도 약한 자국 내 지지도의 하락으로 국정 동력을 상실할 우려를 고려한 걸수도 있다. ‘공약대로 한다’면서 쏟아낸 공약 중에서 ‘자기에게 유리하고 큰 부담이 없는 것’부터 꺼내든 것이란 가정도 가능하다.

전 세계의 관심, 특히 시장의 관심은 이제 그의 양대 경기부양 정책 공약으로 쏠린다. 그는 1조달러(약 1200조원)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현 35% 전후인 법인세를 15%까지 낮추겠다고 공언해 왔다. 트럼프가 대규모 송유관 건설을 승인하고 멕시코 장벽을 짓겠다고 공언한 데 대해 벌써부터 건설자재 관련주는 치솟기 시작했다. 뉴욕 증시는 이에 힘입어 25일 다우지수가 2만선을 돌파한 데 이어 S&P500, 나스닥을 포함한 3대 지수가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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