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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 직후부터 예상을 뛰어넘는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의 과격한 트위터에 ‘실제 실행할까’ 반신반의하며 우려 반 기대 반으로 그의 취임을 지켜봤던 전 세계는 다시 한번 놀라고 있다. 국회의 동의가 필요없는 대통령 행정명령을 활용해 다음 날은 또 어떤 정책을 내놓을 지 관심을 끌고 있다.
‘TPP 탈퇴부터 멕시코 장벽까지’ 말한 대로 실행
트럼프의 공약 이행 속도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기업인이자 방송인 출신다운 면모다. 취임식이 열린 20일(현지시간) 진행 중이던 모든 정책을 일시 중단한 후 첫 행정명령인 ‘오바마케어’ 폐기 추진‘을 꺼내들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때부터 ’오바마케어‘ 폐지를 주장해 왔다. 건강보험개혁법(ACA), 이른바 오바마케어는 버락 오바마 전임 대통령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미국판 국민보험이다. 그러나 실제 실행은 만만치 않았다. 대안이 마땅치 않았다. 트럼프가 내세운 ’더 좋은 대책‘은 뚜렷치 않았다. 약값을 내리겠다는 공언도 현실성에는 의문이 나왔다. 그가 속한 집권 여당 공화당 내에서도 완전한 폐기가 아닌 선별적 폐기가 거론됐다. 트럼프는 그러나 과감하게 이 안을 첫 행정명령으로 꺼내들었다. 현실적으론 여전히 완전 폐기가 만만치 않지만 그의 의지를 보여준 한 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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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날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선언에는 전 세계가 놀랐다. 지난해 합의한 12개국 자유무역협정은 가입국 전체 GDP의 60%를 차지하는 미국의 탈퇴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설마 하던 일본과 호주, 싱가포르 등 기존 가입국은 분주해졌다. 미국의 자국 보호주의는 분명해졌다.
트럼프의 앞선 트위터는 당선을 위한 허언이 아니었다는 게 명확해졌다. 세계 언론은 트럼프의 과거 트위터 내용을 곱씹으며 다음 행정명령이 어떤 게 될 지 예측하기 시작했다. 연일 트럼프의 맹비난 대상이 됐던 멕시코는 망연자실함을 넘어 오히려 차분해졌다. 멕시코 증시와 멕시코 페소화는 트럼프 리스크를 현실로 받아들이듯 그의 당선 이후 급락세를 상당 부분 만회했다. 멕시코 장벽 건설 당인 달러 대비 페소화 가치는 2% 가까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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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리스트 대니얼 헤닝거는 2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사람들은 과거 트럼프의 만화경 같은 다양한 발언을 ’로르샤흐 검사(사진 10개를 보여준 후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심리 검사의 일종)를 하듯 다양하게 해석했으나 트럼프 취임 한 주만에 이미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일부 수정·타협안도 엿보여…본격 정치력 시험무대
그러나 일부 수정·타협안도 엿보인다. 25일 멕시코 장벽 건설과 함께 서명할 것으로 예상됐던 무슬림 입국 제한 규제 카드는 당장 꺼내지 않았다.
미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이 우려했던 전문직 취업 비자(H-1B)도 포함되지 않았다. 실리콘밸리에는 인도, 중국 등지에서 온 외국인 엔지니어가 많고 트럼프가 공약했던 대로 H-1B 발급 요건을 강화되면 이들 기업은 물론 이곳 인력의 60%를 차지하는 인도까지도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 공화당 내에선 H-1B 비자 발급 기준 강화 법안이 이미 추진중이고 실리콘밸리 내 외국인 엔지니어의 우려는 커진 상황이지만 당장 짐을 싸야 할 상황에서는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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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관심, 특히 시장의 관심은 이제 그의 양대 경기부양 정책 공약으로 쏠린다. 그는 1조달러(약 1200조원)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현 35% 전후인 법인세를 15%까지 낮추겠다고 공언해 왔다. 트럼프가 대규모 송유관 건설을 승인하고 멕시코 장벽을 짓겠다고 공언한 데 대해 벌써부터 건설자재 관련주는 치솟기 시작했다. 뉴욕 증시는 이에 힘입어 25일 다우지수가 2만선을 돌파한 데 이어 S&P500, 나스닥을 포함한 3대 지수가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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