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 경제효과 4200억… MWC 같은 '메가 컨벤션' 탄생할까

토종 국제회의 육성에 올해만 50억 투입
소형 국제회의로 시작한 바르셀로나 'MWC'
세계 최대 규모 모바일 산업 박람회로 진화
K마이스 외부행사 유치만으로는 성장 한계
문체부 토종 컨벤션 최대 9년간 12억 지원
서울·대구·고양 행사당 1억 이상 파격 지원
  • 등록 2023-03-24 오전 12:00:01

    수정 2023-03-24 오전 7:16:01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세계이동통신산업자협회(GSMA)가 매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여는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는 비즈니스 국제회의 개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2000개가 넘는 기업이 전시회 기간 중에는 500여 건의 크고 작은 콘퍼런스·세미나가 함께 열린다. 1년에 단 한 번 나흘 간 열리는 이 행사로 바르셀로나가 얻는 경제효과는 약 3억 유로(4225억원)에 달한다.

MWC의 시작은 1987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참가자 수백 명 규모의 소형 이벤트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는 2006년 정착했다. 이전까지는 여느 국제회의처럼 로마와 니스, 베를린, 아테네, 칸 등 유럽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열렸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로 명성을 얻은 지금도 행사 타이틀에 전시·박람회를 의미하는 엑스포(Expo)나 쇼(Show)가 아닌 회의를 뜻하는 ‘콩그레스’(Congress)를 사용하는 것도 바로 MWC의 시작이 국제회의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MWC와 같이 성장 가능성과 확정성을 갖춘 ‘한국형’ 국제회의(컨벤션) 발굴에 나선다. 올해 신규 국제회의 발굴과 육성에 투입하는 예산만 50억 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유치 중심의 성장 전략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정부·지자체가 지속성을 갖춘 토종 행사 개발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2000년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1996년 유치) 이후 30년 가까이 외부 행사 유치로 성장해온 K-마이스(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가 체질 개선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즈니스 국제회의 개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산업박람회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사진=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제공)
100명 이하 소형 국제회의 발굴 지원

23일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융복합 국제회의와 K-컨벤션 발굴·지원에 역대 최대인 28억 8000만원을 투입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서울과 경기, 대구, 인천, 전북에서도 1억~5억 원 예산을 들여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토종 행사 육성에 나선다. 부산과 대전, 광주, 강원 등은 코로나19 사태로 잠정 중단하거나 축소했던 지역특화 컨벤션 지원을 재개한다. 경남, 울산 등 지역에서도 토종 국제회의 발굴·지원을 위한 예산 확보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정부·지자체가 추진하는 토종 국제회의 육성의 특징은 선택과 집중이다. 이전까지 씨앗 뿌리듯 여러 행사에 배분하던 지원이 소수 특정 행사에 대한 장기 지원으로 바뀌면서 개최 이력이 없는 신규 행사도 수억 원대의 파격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문체부는 기존 토종 국제회의 지원 프로그램인 ‘K-컨벤션 육성’에 올해 ‘융복합 국제회의 개발’을 추가하면서 지원 기간과 규모를 종전보다 2배 가까이 늘렸다. 특히 첫 도입된 융복합 국제회의 개발은 역대 토종 국제회의 지원 프로그램 중 가장 파격적이다. 개최 실적이 전혀 없는 외국인 50명(3개국 이상) 포함, 전체 참가자 100명 이상 소규모 신규 행사가 지원대상으로 올해 4개 행사를 선정해 행사당 3년간 최대 6억원을 지원한다. 직접 지원되는 예산 외에 전략수립, 컨설팅 등과 같은 지원 프로그램으로 간접 지원하는 예산도 행사당 연 1억원이 넘는다.

더 파격적인 것은 후속 지원이다. 3년간 융복합 국제회의 지원을 받은 행사는 일정 요건을 갖추면 K-컨벤션 육성 지원을 받을 수 있다. 1개 행사가 융복합 국제회의에 이어 K-컨벤션 육성에 선정되면 받게 되는 정부 지원은 최대 9년간 12억원이 넘는다. 개최 실적이 3년 이상인 국제회의가 대상인 K-컨벤션 육성은 단계별(유망·우수·글로벌)로 행사당 8000만~1억5000만원씩 최대 6년간 6억5000만원을 지원한다. 올해 지원대상에는 월드커피리더스포럼(글로벌), 세계유방암학술대회(우수),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유망) 등 10개 행사가 선정됐다.

권종술 한국관광광사 마이스실장은 “융복합 국제회의와 K-컨벤션의 핵심 기조는 충분한 행사 기획과 실행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자금력이 부족해 행사 개발에 나서지 못한 PCO(컨벤션기획사) 등 업계가 행사 운영·대행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콘텐츠와 수익모델을 주도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킬러 콘텐츠·다양한 수익모델 발굴해야

서울과 대구, 고양도 토종 국제회의 발굴을 위한 파격 지원 대열에 가세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시작한 서울기반 국제회의(S-BIC) 육성지원 예산을 50% 늘려 지원규모를 행사당 최대 1억2000만원으로 확대했다. 지원대상 행사 최소 규모도 외국인 20명 포함 전체 참가자 100명 이상 소규모로 낮췄다.

중소 국제회의 11건에 대한 장기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대구시는 아·태 안티에이징 콘퍼런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 올해에만 2억5000만원을 투입한다. 4~5년 전부터 연간 20건 안팎 지역 컨벤션을 지원해온 고양시는 올해 지역을 대표할 대규모 토종 국제회의 발굴을 위해 2억원의 신규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가 앞다퉈 토종 국제회의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컨벤션센터 건립 등 늘어나는 시설 가동에 필요한 행사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서다. 내년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를 시작으로 2030년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단지가 완공되면 현재 45만㎡인 가용시설은 80만㎡로 지금보다 70% 이상 늘어난다. 다른 지역에 비해 서울시와 고양시가 지원기간과 규모를 늘리는 파격 조건으로 토종 국제회의 발굴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87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작된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는 나흘간의 박람회 기간 중 500여 건이 넘는 콘퍼런스와 세미니 등 컨벤션 행사가 열린다. (사진=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제공)
윤은주 한국컨벤션전시산업연구원 원장(한림대 교수)은 “완공까지 채 10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일회성 외부 행사 유치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접근성이 좋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시설이 웬만한 국제행사는 물론 지방 행사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수 있는 만큼 다른 지역에서도 지속성과 확장성을 갖춘 토종 행사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종 국제회의 발굴과 육성의 성패는 지원기간 중 얼마나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발굴해 새로운 수익모델 확보하느냐가 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당장 대규모 예산이 지원되는 만큼 성과 관리와 평가는 행사의 규모나 외형보다 킬러 콘텐츠 발굴, 전시·박람회 등 프로그램 확장, 수익모델 다변화 여부 등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광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기본 수입원이 참가자 등록비, 기관·기업 후원금인 국제회의가 정부·지자체 지원 없이도 자생력을 갖고 지속적으로 열리려면 다양한 수익모델을 발굴해야 한다”며 “전시·박람회 등 프로그램 확장 외에 지역의 다양한 문화·예술, 관광 자원을 연계한 지역축제, 문화행사 등을 수익모델로 삼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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