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일치” 33년 만에 ‘화성 연쇄살인사건’ 진범이 밝혀지다 [그해 오늘]

  • 등록 2023-09-18 오전 12:02:00

    수정 2023-09-18 오전 6:08:58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밥은 먹고 다니냐”

해당 대사로 유명한 ‘살인의 추억’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영화로 유명하다. 해당 대사는 여러 건의 범행에도 긴 시간 동안 잡히지 않은 범인을 향한 경고이자 메시지였다.
(사진=영화 ‘살인의 추억’ 스틸컷)
그렇게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내 3대 미제 사건으로 남을 뻔했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2019년 9월 18일 DNA 대조를 통해 유력 용의자가 특정됐다. 그는 ‘청주 처제 성폭행 살인 사건’으로 부산교도소에서 25년째 복역 중인 무기수 이춘재(50대)였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춘재를 특정하기 한 달 전쯤 화성 연쇄살인사건 피해자들이 남긴 증거물들을 다시 살펴보던 도중 한 피해자의 옷에 남아있던 제3의 유전자를 채취했다. 이춘재는 이 1차례 사건의 피해 여성의 속옷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했다. 해당 피해자는 1990년 11월 15일 살해된 화성 사건 9차 사건의 피해자 13살 중학생이었다.

또 다른 1차례 사건 피해자의 유류품 중에서도 이춘재와 일치하는 DNA가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용의자로 지목된 순간부터 경찰 및 프로파일러와 8차례 대면조사에도 계속 혐의를 부인해 왔으나 돌연 마음을 바꿔 그해 10월 1일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이춘재는 화성 사건 9건을 포함한 총 14건의 살해를 고백했다.

이춘재는 화성이 아닌 결혼 후 청주에서 벌인 ‘처제 살인 사건’으로 복역 중이었다. 그는 1994년 1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자신의 집에 놀러 온 처제 이모 씨(당시 20세)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인 뒤 성폭행하고 망치 등으로 머리를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다음 유기한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하급심과 달리 “살인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볼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1995년 1월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 이후 4개월 뒤 파기환송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그해 형이 확정됐다.

결국 이춘재가 교도소에서 시간을 보낼 때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공소 시효는 만료됐다.
이춘재가 화성연쇄살인 범인으로 특정된 보도 화면. (사진=JTBC 화면 캡처)
그런데 주목된 점은 이춘재의 살해 시그니처였다. 처제 살해 수법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여러모로 닮아 있었다. 이춘재가 살해한 처제의 시신이 여성용 스타킹으로 묶여 싸여져 있었던 것. 화성 연쇄살인의 시그니처도 이 ‘매듭’에 있었다.

1986년 화성 1차 사건부터 4차 사건까지 공통점은 피해자들의 시신이 모두 스타킹으로 결박되어 있었다는 것. 전문가는 방송을 통해 “스타킹으로 매듭을 했다는 것은 피해자가 자신과 오랜 시간 살아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며 “시그니쳐는 범죄와는 관련이 없는데 계속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스타킹으로 지은 매듭은 범인의 시그니처”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밧줄을 쓰면 금방 할 수 있는 일을 스타킹으로 했다. 이는 비효율적인 도구다. 그리고 이것은 사냥감을 놓쳐서는 안 되겠다는 의미에서 나온 행동으로 보인다”고 했다.

1987년 1월 10일 발생한 5차 사건에서 이춘재의 DNA가 드러났다. 피해자는 18세 고등학생으로 태안읍 황계리 논바닥에서 스타킹으로 결박돼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4개월 뒤 5월 2일 퇴근하는 남편에게 우산을 가져다주기 위해 집을 나선 30세 여성이 태안읍 진안리 야산에서 성폭행 당한 뒤 숨진 것으로 보이는 6차 피해자가 발견됐다.

1988년 9월 7일 7차 사건이 일어났다. 52세 여성이 귀가하던 중 피습돼 팔탄면 한 농수로에서 옷가지로 양손이 결박돼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이후 성폭행 현장을 가까스로 탈출한 피해 여성과 용의자를 태운 버스운전사 등의 진술을 바탕으로 범인을 24세부터 27세까지 키 165~170cm의 호리호리한 체격의 남성으로 특정됐다.

이는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1988년 작성해 배포한 몽타주였으며, 이춘재의 모습과 흡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7차 사건이 일어난 뒤 잠잠할 줄 알았으나 2년 2개월 뒤인 1990년 11월 15일 태안읍 병점 5리 야산에서 발견된 13세 중학생이 발견됐다. 피해자 역시 스타킹으로 결박된 상태였다. 9차 사건이었다. 여기서 경찰은 범인의 체액을 통해 DNA를 채취했고 B형이라고 분석했다.

5개월 뒤 1991년 4월 3일 69세 여성이 동탄면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이 사건을 마지막으로 화성 연쇄살인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춘재는 9건의 화성 사건 외에도 화성 3건과 청주 2건 살인 사건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후 이춘재는 총 14건의 살인과 9건의 강간 혐의가 인정됐지만 공소 시효 만료로 ‘공소권 없음’ 처리됐다. 죄를 물을 수 없는 사건이었지만 33년 만에 ‘화성 연쇄살인인사건’에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으로 변경된 것이다.

지난 6월 15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 출연한 수원남부경찰서 강력계 이성준 형사는 이춘재를 직접 대면하며 느낀 느낌을 이렇게 밝혔다.

“범행을 하는 장면을 묘사할 거 아닌가. 어떻게 피해자를 조우했고 어떻게 제압해서 어디로 끌고 가서 어떻게 범행을 하고, 이런 것들을 이제 영화에나 나올법한 얘기들을 덤덤하게 했다. 남 얘기하듯이. ‘인간세상에 악마가 있다면, 이춘재가 악마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이춘재는 용의자로 특정된 후 이 형사와의 접견에서 이같은 말을 남기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처음 접견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교도관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경기도에서 왔다고 하더라. 경기도라면 화성 사건 밖에 없으니, 그때부터 왜 왔는지 알았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며 “몇 년 전 교도소에 있을 때 입안 점막에서 DNA를 채취해 갔다. 그때 곧 저를 잡으러 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좀 늦게 오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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