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무엇을 위한 불체포특권인가

  • 등록 2022-12-30 오전 6:15:00

    수정 2022-12-30 오전 6:15:00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형사사법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의 보장과 국가형벌권의 공정한 실현을 그 이상으로 한다. 수사와 재판을 포함한 형사절차는 국민의 자유, 재산, 명예는 물론 사회의 안녕 및 질서 유지와 직결되어 법치주의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에, 엄정하고 공정하게 운용되어야 할 뿐 아니라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국가형벌권의 행사를 둘러싸고 국민들 사이에 불신과 불만이 존재한다면 국민들의 준법의식과 정의 관념에 혼란을 가져오고 사법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초래함으로써 국가기능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국가형벌권의 공정한 실현’의 취지를 지적한 내용이다. 쉽게 말하자면, 권력자든 평범한 시민이든 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한 국가형벌권의 잣대는 공정해야 하고, 만일 그 잣대가 불공정하면 나라가 망할 수 있다는 경고다.

“헌법 정신에 따라 불구속 수사 원칙을 지켜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곧바로 내놓은 입장문의 서두다. 그러나 노의원이 ‘불구속 수사 원칙’을 꺼내 들어 국회가 헌법 정신을 지켰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수사와 재판이 원칙적으로 불구속으로 행하여져야 한다는 것은 무죄 추정원칙상 당연한 내용이다. 다만, 죄를 범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의심이 있고, 증거 인멸, 도주 염려 중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해 구속될 수 있다. 검사의 구속영장 청구를 받은 판사는 반드시 피의자를 직접 심문해 구속 사유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노의원은 현재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재작년 21대 국회의원 선거비용 등의 명목으로 박모씨로부터 5차례에 걸쳐 총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다. 박씨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10억원의 뇌물·불법 정치 자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노의원 집 장롱에서 발견된 3억원이 넘는 현금다발 중에는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한국은행 띠지로 묶인 돈다발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의원은 이에 대해 후원금과 조의금을 모아둔 돈이라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다. ‘한국은행 띠지’로 묶어서 조의금을 전달한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헌법에서 국회의원에게 불체포특권을 보장한 것은 과거 왕정 시대 절대군주가 의회를 탄압하기 위해 의원을 불법적으로 구속하는 방법을 자주 사용했는데 이에 대한 법적 보장책으로 도입된 것이다. 따라서 판사는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체포동의 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해야 하고, 정부가 국회에 체포 동의를 요청하면, 본회의에서 표결토록 돼 있다. 그런데 노의원의 경우는 현재까지 드러난 범죄혐의상 불체포특권 본연의 기능이 작동한 경우로 보이지 않는다.

노의원은 검찰수사가 야당 탄압 공작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당당히 법정에 서서 판사에게 소명하면 됐다. 노의원의 소명이 인정돼 영장이 기각되면 ‘불구속 수사’ 원칙이 실현될 뿐 아니라 검찰수사는 역풍을 맞을 것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노의원은 본회의 표결 한참 전부터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도와달라”고 읍소했다고 알려졌다.

집안에서 한국은행 띠지로 묶인 거액의 돈다발이 발견됐고 , 이에 대한 해명도 석연치 않음에도 노의원은 남은 임기 동안 자유롭게 국민의 대표 자격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국가형벌권의 공정한 실현을 왜곡한 자에게 국민의 대표 자격이 있을까. 불체포특권에 사망선고를 내릴 시점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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