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View]중대재해법, 처벌보다 예방에 초점 맞춰야

  • 등록 2023-01-27 오전 6:30:00

    수정 2023-01-27 오전 9:49:48

[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장]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이 됐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적 경각심은 높아졌으나 안전사고 예방이라는 정책효과는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시 근로자가 50인 이상인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게 이 법의 골자다. 최고경영자(CEO)를 압박해 사고를 줄여보자는 뜻인데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자는 256명으로 전년 248명 대비 8명이 오히려 증가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선 되레 전년 대비 사망자가 47명이나 줄었다.

영국의 사례도 비슷하다. 2018년 ‘형법 저널(Journal of Criminal Law)’에 게재된 영국 노섬브리아대 로퍼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기업과실치사법 제정 후 영국의 노동자 10만 명당 사망률은 약간 감소했으나, 통계적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준은 아니었다.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은 우리나라의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 때 모티브가 된 법률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제적인 효과면에서도 마이너스다.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도입으로 연간 국내총생산(GDP)은 0.26% 줄고, 일자리는 4만1000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가장 영향을 받는 업종은 건설업이다. 중대산업재해 발생빈도가 높은 건설기업은 이 법의 도입으로 경영자의 형사처벌 위험과 소송비용이 크게 증대하고 공사 지연으로 인해 손실이 커지는 등의 경영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영국 사례를 살펴봐도 기업과실치사법으로 기소된 기업의 절반이 부도가 났다. 이렇게 경영 위험이 증가하면, 기업의 자본조달 여건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현대건설, 롯데건설, 한신공영 등 국내 주요 건설기업들은 작년 초 회사채 발생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자본조달 여건이 나빠지면, 건설기업이 건물 및 시설물에 대한 투입 자본량이 줄어든다. 건물 및 시설물은 타산업의 생산 활동에 필요한 투입요소라는 점에서 이는 곧 산업 전반의 생산 활동 위축으로 이어져 GDP와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이다.

중대재해사고 예방의 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나 공감하지만 문제는 방법이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처벌수준은 과도하다. 기업에 대한 과잉 처벌은 경영자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고, 투자자들의 투자의욕을 꺾는다.

따라서 현형 처벌 중심의 중대재해처벌법을 전면 개정하고, 가칭 산업안전청 설립 등을 통해 예방 중심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법 개정 시 안전예방 대책을 다한 경우에는 처벌을 면제해주는 면책규정을 신설할 필요도 있다. 새롭게 신설되는 산업안전청에서는 산재예방 대책수립을 위한 노사정 상설협의체를 구성하고, 빅데이터에 기반한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예방 중심의 기능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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