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세대담론 유감

  • 등록 2024-06-24 오전 6:15:00

    수정 2024-06-24 오전 6:15:00

[하민회 미래문명연구원장] 베이비부머, X, 밀레니얼, Z, 그리고 알파 세대… 마케팅에서 시작된 세대담론은 이제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에서 하나의 기준처럼 거론되고 있다. ‘같은 해에 태어나 같은 시대를 살았으니 공통된 경향이 있을 것’이라는 전제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갈등을 설명하는데 종종 만능 열쇠로 쓰인다.

대홍기획 데이터인사이트팀이 펴낸 <세대욕망>은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세대를 5가지로 구분했다. 1950년대 중반~196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 1970년대 출생자들인 X세대, 1980년대~1990년대 중반 출생자인 밀레니얼 세대, 1990년대 후반~2010년 이전 출생자인 Z세대, 그리고 2010년 이후 출생자인 알파 세대다.

이 구분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MZ세대’가 없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MZ’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다.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보면 1980년대부터 2010년까지 25~30년의 갭이 있다. 함께 묶기엔 무리가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Z세대’는 우리사회에서 가장 많이, 자주 회자된다. 취향과 감각을 만족시키면 언제든 지갑을 여는 가심비 구매자로 불려 나오는가 하면 “제가요? 이걸요? 왜요?” 하는 3요 주의보의 주인공으로도 거론된다. 정치와 언론 역시 목적에 맞춰 MZ를 활용한다. 기득권 장년층에 희생당하는 청년층 이미지로 표심을 공략하는가 하면 사회에 무관심하고 이기적인 세대라는 자극적인 이슈로 다루기도 한다.

정작 당사자들은 같은 세대끼리 세대차를 느끼고 세대 특성에도 동의하지 않는 ‘MZ세대’는 사실상 ‘젊은 층’ 혹은 ‘나보다 어린 사람’을 뭉뚱그려 말하는 대명사에 가깝다.

최근엔 50대 X세대가 관심을 받고 있다. 체력은 40대에 패션감각은 30대인 X세대는 인구수가 많고 구매력이 높은데다 이른 은퇴로 시간적 여유까지 있는 전도유망한 소비군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한동안 ‘돌아온 X세대’도 MZ못지 않게 꽤나 거론될 것 같다.

오늘날의 세대 담론은 다분히 정치적이며 상업적이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비슷한 나이대에 동일한 역사적 경험과 인생의 변화를 겪은 이들의 선택과 사고방식은 분명 다른 세대와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MZ세대’의 경우처럼 세대가 하나의 사회집단처럼 불리는 순간 일반화가 일어나고 그 세대의 진정한 실태를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Z세대 연령대 상당수는 MZ세대 담론의 부정적 특징들이 자신을 향한 사회적 편견으로 다가온다고 느낀다. 미디어에서 비춰진 모습처럼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일하지도 않고 출근 시간 정각에 맞춰 출근하지도 않는다는 그들은 “역시 MZ다워”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불편한 감정을 경험한다.

섣부른 세대담론이 세대갈등을 조장하기도 한다. ‘MZ세대가 부를 이루기 어렵다’는 막연한 담론은 ‘중장년층을 기득권에 부가 집중된 세대’로 단정하는 것만큼이나 터무니없다. 저소득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청년이 있는가 하면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는 청년도 있는 것처럼 안정적인 장년층 못지 않게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장년층도 많다.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만 봐도 50대나 60대 이상 노동자는 주로 생산직·단순노무직이나 서비스·판매직에 몰려 있다.

한 세대에 속한 모든 사람이 같은 성격을 가질 수 없고, 세대 역시 단일한 거대 주체가 아니다. 개개인이 가지는 ‘세대’의 개념과 무게가 다름에도 모두에게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해 프레임을 씌우려 드는 건 곤란하다. 세대라는 프레임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세대별 특징과 가치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부분적인 사례로 일반화해버리는 가벼운 태도가 위험하다는 말이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정책 연구소 바비 더피 소장은 저서 ‘세대 감각’에서 출생 시점만을 기준으로 삼는 이야기들이 세대에 대한 편견과 고정 관념을 증폭하고 사회 변화의 진짜 중요한 신호들을 놓치게 한다고 경고했다. 수명이 길어지고 건강해지면서 우리는 더 많은 세대와 함께 살아가는 ‘멀티 제너레이션’ 시대로 접어들었다. 세대 간 이해와 협조를 돕는 보다 섬세한 세대 담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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