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유바이오로직스(206650)가 콜레라 백신의 판매처를 다각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가나의 백신 제조사와 경구용 콜레라백신 원액 공급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고 2~3년 내 수백억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사설시장 진입도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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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31일 가나의 백신 제조사 DEK과 자사 경구용 콜레라 백신인 ‘유비콜-S’에 대한 완제생산 기술이전 및 원액공급 본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은 토고, 베냉, 나이지리아, 카메룬, 차드, 적도기니, 감비아, 부르키나파소,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카보베르데, 기니비사우 등 아프리카 17개국의 공공시장 및 사설시장에 대한 유비콜-S 독점판매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DEK과는 원액공급 계약을 한 것이므로 완제품과의 단순 비교가 어렵고 원액 가격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주어진 숫자를 토대로 단순 계산하면 DEK을 통해 약 700억원 이상의 연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올해 ‘유비콜-플러스’ 완제품의 유니세프 납품가격인 1.89달러(약 2585원)를 기준으로 DEK을 통한 연간 최대 공급량 한도인 3000만도스를 단순 계산했을 때의 수치다. 일반적으로 원액의 가격은 완제품 가격보다 낮지만 사설시장에서의 콜레라 백신 가격은 공공시장의 4~5배 선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이 같은 이유로 사설시장에서의 유비콜-S 원액 공급가격이 1.89달러 이하로는 결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바이오로직스 측은 “기술이전 및 허가과정을 거쳐 오는 2026년 말부터 DEK이 유비콜-S를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2026년부터 당장 최대 한도인 3000만 도스를 공급하지는 못하더라도 대략적인 규모는 수백억원 수준에서 형성될 것임을 추론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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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아프리카 사설시장으로 매출 다각화 추진
유바이오로직스의 사업은 △경구용 콜레라 백신 사업 △필러 사업 △바이오의약품 수탁 연구 및 제조(CRMO) 사업으로 크게 구분된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매출에서 콜레라 백신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4%에 달할 정도로 콜레라 백신 의존도가 높다. 특히 콜레라 백신의 판매경로가 사실상 유니세프로 일원화돼 있어 회사는 수년전부터 제품 단가를 높일 수 있는 사설시장 등 판매경로 다각화를 추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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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바이오로직스는 아라바이오를 통해 중동지역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사설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중동지역 공공시장에서의 콜레라 백신 시장 규모가 물량 기준 연 500만도즈 정도일 것으로 본다. 여기에 사설시장에서의 콜레라 백신 공급가가 5달러(약 6836원) 이상으로 책정된다고 가정하면 사설시장에서 공공시장의 절반 수준인 200만도즈만 추가로 공급할 수 있어도 1000만달러 규모의 시장이 추가로 열리게 된다.
문제는 유바이오로직스가 그만큼의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느냐다. 유바이오로직스는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2공장이 완공되면서 지난 6월부터 원액 기준 생산능력(CAPA)이 6600만도즈로 기존 대비 2배 늘었다. 내년 말에는 완제공장도 4200만도즈 규모가 증설되므로 총 8400만도즈의 생산 능력 확보가 가능해진다.
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향후 케냐, 짐바브웨,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모잠비크에서도 현지 파트너사와의 계약을 통한 콜레라 백신 공급을 추진 중”이라며 “유니세프에 집중된 콜레라 백신 매출을 사설시장으로 다각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